감정은 시그널이다
감정이라는 게
한 번에 올라오는 줄 알았다.
불안은 불안으로,
분노는 분노로.
하지만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감정은 그 순간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이미 어딘가에서
오래전부터 미세하게 울리고 있던 신호였다.
나는 그 신호를
제대로 들은 적이 별로 없었다.
늘 감정이 터진 뒤에야 알았다.
“아, 내가 이 일을 싫어했었구나.”
“아, 이 말이 나를 상처 냈구나.”
그제야 뒤늦게 알아차렸다.
감정은 늘…
너무 늦게 온다고 믿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정은,
애초에 시그널이 아닐까.
무너지기 직전에 울리는
경보 같은.
어떤 불안은
내가 나를 이루는 결에서
조금 밀려났다는 신호이고,
어떤 짜증은
오래 눌러둔 말이
더는 눌러지지 않는다는 신호다.
그리고 어떤 깊은 슬픔은
내 안의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둔 채
그 빈틈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조용한 알림이다.
감정에
조금씩 다른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니
차츰 이해되기 시작한다.
불안은 ‘두려움’이 아니고,
분노는 ‘공격성’이 아니며,
슬픔은 ‘약함’이 아니다.
그건 단지,
내 삶의 어떤 조각이 어긋났다는
조용하고 정확한 신호일뿐이다.
우리는 감정을
없애려고 애쓰지만
없애야 할 것은 감정이 아니다.
그 감정이 가리키는 곳,
그 신호가 계속 울리고 있는 지점.
그걸 보지 않으면
매번 같은 자리에
다시 걸려 넘어진다.
감정은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나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다.
이제야 알겠다.
나는 그동안
신호를 듣지 못한 게 아니라,
듣는 법을 모른 채
살아온 것이다.
감정은 시그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