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은 거창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꾸 방향을 말한다.
새로운 목표,
새로운 일,
새로운 나.
하지만 방향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작은 데서 자란다.
내가 조금 더 편안해지는 자리,
숨이 막히지 않는 선택,
할 수 있을 만큼만 움직이는 그 지점.
나는 오랫동안 ‘큰 방향’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 끝없이 돌아왔다.
원하는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던 시절이 길었으니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으니까.
그때는 내가 잘못된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방향은 거창한 결심에서 나오지 않았다.
방향은
내가 덜 힘들어지는 쪽에서 시작되었다.
조금 더 숨이 쉬어지는 곳.
조용히 나를 놓아주는 시간.
억지로 나아가지 않아도
내 결이 자연스럽게 향하는 방향.
어떤 날은 그것이 수영이었고,
어떤 날은 읽던 책의 문장 한 줄이었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침묵이었다.
방향은 그렇게 태어났다.
크게 외치지도 않았고
누굴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쪽으로
아주 조금 기울어지는 일.
그 기울기가 쌓여
삶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