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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로그 Dec 16. 2023

발렌시아의 전통 디저트

무슨 맛일까?

어느 도시나 여행을 준비할 때 구글에 반드시 검색하는 두 가지,

'Where to go in OO'

'What to eat in OO'

어딜 가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다. 비단 맛있는 음식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전통적인 그들만의 것을 맛보고, 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페인은 지역색이 강한 편이라 그들만의 지역 음식을 먹는 재미가 있다. 발렌시아는 빠에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들만의 디저트도 있는데, 바로, 부뉴엘로와 오르차타다.


부뉴엘로는 도넛, 오르차타는 두유와 아침햇살이 생각나는 뽀얀 비주얼의 음료다. 이들은 전통 디저트인 만큼 시내 곳곳에서 파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게 이름은, 'Horchateria', 오르차타 파는 곳이란 의미다.


방문한 오르차테리아 가게


이 디저트는 상시 판매 되고 있지만, 특정 기념일이 되면 소비량이 증가한단다. 발렌시아 지방에선 사순절이 최대 소비철. 나는 라스빠야스라는 큰 축제기간에 왔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가게로 들어섰다.


가게 내부


가게 내부는 상당히 넓었다. 메뉴판도 주지 않는 이곳에서 자연스레 주문하는 현지인이 상당히 많았다. '전통'이면 관광객이 호기심에 먹는, 현지인에겐 과거의 음식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는데, 아직도 이곳에서는 대대로 이어지며 즐기는 듯했다.


오르차타와 부뉴엘로


함께 차리고보니 밋밋함이 두 배. 재료가 그대로 보일만큼 정직한 서양인들의 요리철학이 이곳에서도 드러났다.


음식을 받자마자 나는 곧장 오르차타에 눈길이 갔다. 호스텔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하나 같이 의미 심장한 질문을 줄곧 받았기 때문이다. 함께 간 동행도 나에게 같은 것을 물었다.


"오르차타 마셔봤어?"

여기 온 지 이틀 되었다는 나에게 그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상당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오르차타는 타이거넛이 주재료로, 현지인들 사이에서 건강식 음료로 통한다. 효능으로 피부 미용, 비만 예방 등을 이야기하더라.


그러나 맛은 그와는 반대의 맛. 설탕 맛이 굉장히 진했다. 진한 설탕물인데 프로틴의 텁텁함이 들어간 느낌이랄까? 상상치도 못한 맛이 났다.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어서 비교할 대상도 없다. 아마 나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로 묻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어떤 음식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나에겐 불호까진 아니었다. 건강식이란 소문과는 다르게 혈당 스파이크 올 것 같은 단맛 때문에 끝까지 먹지 않았을 뿐이니까.


설탕뿌린 부뉴엘로


부뉴엘로는 한국 시장이 떠오르는 도넛 비주얼이었다. 하지만 기름 가득 먹어서 조금 눅눅할 거 같은 첫인상.


보기와는 달리 부뉴엘로도 오르차타와 마찬가지로 건강식이란다. 효모반죽으로 만든.


맛은 보이는 그대로. 정직한 맛이라 하겠다. 밀가루 반죽만 해서 튀긴, 심플한 맛이다. 아무 맛도 없다. 설탕을 들이붓는 사람들을 보고 당황했는데, 한입 먹고 그들의 행동이 단번에 이해가 갔다.


사실, 설탕의 단 맛도 맛을 살려주지 못했다. 식감이나 맛이 스페인식 추로스와 유사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초코라떼를 찍어먹으면 꽤나 맛있을 듯하다. (자료 찾아보니 실제로 그렇게도 먹긴 한다)


'전통'은 언제나 도박이다. 역사적, 지리적 등의 배경으로 형성된 그들만의 것이기에 타지에서 온 이들을 만족시키기엔 종종 어려울 때가 있다. 이 역시도 그랬다. 좋은 첫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설탕물과 무(없을 무) 맛 도넛.


간단한 오르차타와 부뉴엘로에 대한 첫인상이다. 비록 긍정적이지는 못했지만, 이 디저트들에 '호'인사람은 굉장히 강력한 호감을 드러냈던 터라 아직 마음은 열려있는 정도. 발렌시아 재방문 시 축제와 같은 행사가 있다면 다시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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