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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로그 Jan 03. 2024

스페인인들이 줄 서 먹는 라멘집

스페인+일본= 강렬한 짠맛

*긴 글을 읽기 전, 내용 속 코로나 유증상 시 외출에 대해

우선, 전 코로나 키트에선 ‘음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감기와는 다른 양상이었고, 그래서 직감이 왔습니다. 자가키트에는 안 나오지만 맞겠구나라고.

한국은 팬데믹이 지나간 지금도 여전히 양성이면 외출을 안 하는 것이 매너죠. 물론 해외도 삼가는 게 좋긴 합니다만 이젠 더 이상 심각한 증상이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냥 감기와 같은 것이라고 하면서요. 당시 스페인 내 규제 또한 양성 시에도 외출이 상관없었기에 여행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증상발현 초반엔 숙소에서 대부분 머물렀고 요리도 배달도 안 되는 숙소였던지라 하루에 한 끼 식사라도 해결하러 외출했습니다. 이외에 저도 며칠간 외출을 자제하긴 했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면서 코로나에 대한 인식이 없어진 지 오래라 이 부분에 대해 거부감 및 분노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잠시 잊었네요. 그럼에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코로나를 걸려본 적이 없어도 직감이 왔다. 목소리는 이미 변했고, 코도 막혀갔다. 아마 발렌시아에서 라스빠야스 갔다가 코로나에 걸렸나보다. 이런 몸을 이끌고 발렌시아에서 알리칸테까지 넘어왔지만, 시간이 흘러도 특별히 변하지 않는 상태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혼자 여행하는데 밥도 못 먹고 힘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든든한 한 끼를 위해 구글맵을 열었다. 이럴 때는 또 한국인. 따뜻한 국물이 생각났다. 고맙게도 일본이 아닐까 의심될 만큼 많은 일식당이 눈에 띄었다. 굳이 아시안식을 찾은 것도 아닌데 스페인 식당보다도 더 많이.


'유독 일식당이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이 와중에도 결정을 내리는 데에 자기 합리화가 따라온다. 여느 지역보다도 도시 규모에 비해 일식당이 많은 게 내가 모르는 어떤 배경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라며 일식당 방문을 결정했다. 따뜻한 국물이 보장되는 라멘집으로.


인테리어


익숙한 일본식의 인테리어로 가득했던 내부. 알리칸테에서 처음 온 곳이 여기였던 지라 갑자기 스페인에서 일본으로 여행온 기분이었다. 꽤나 비어있었던 내부에 곳곳을 둘러보고 바테이블에 앉아 요리하는 모습도 구경했다. 이것저것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금세 음식이 하나 둘 나왔다.


라멘과 야키토리


요코하마 돈코츠 라멘 하나, 야키토리 하나.


유럽에선 참 보기 힘든 특정 음식 전문점. 메뉴가 많지 않아 쉽게 결정했다. 또, 아플 땐 잘 먹으라고, 다 못 먹을 거 알았지만 욕심부려 사이드까지 주문했다. 얼핏 그립던 따뜻한 국물에 맛있는 냄새까지. 기대감이 커졌다.


국물부터 한 숟갈.


솔직히 첫 입부터 실망이었다. 일본인이 직접 만드는 식당에 평도 좋고, 그래서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견딜 수 없는 짠맛에 순식간에 입맛이 사라졌다. 아무리 미각이 정상이 아닌 상태더라도 멀쩡했던 야키토리를 생각하면, 라멘이 짰던 게 맞다. 이것이 진정한 일본의 맛일까? 절반정도 먹고 남겨버렸다.


줄 서 있는 사람들


'진짜 줄 서 있네.'

나는 조금 일찍 가서인지 줄 없이 바로 들어갔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맛집은 맛집이다. 최소한 스페인인들에겐 잘 맞는 맛집.


생각해보면 그렇다. 한국인에겐 스페인도 일본도 모두 음식이 짠 나라다. 그런 두 나라가 만났으니 나에겐 짤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맛은 상당히 아쉬웠지만, 감기 걸렸을 때 너무나도 도움이 됐던 따뜻한 국물은 선사해 준 라멘집. 실패도 언제나 하나의 추억이다.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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