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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로그 Dec 27. 2023

스페인 속 축소판 베네치아

이탈리아로 순간이동, 발렌시아

‘날씨가 좋네?‘

날도 별로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 발렌시아 벌써 4일 차.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여행이 더는 즐겁지 않던 때였다. 어떠한 기대감도 없이 한 가게애서 브런치를 먹고 나왔는데, 이게 웬걸 날이 개고 있었다. 스페인에 오고 처음 보는 푸른빛 하늘이 작은 희망을 심어줬다.


먹는 것은 건너뛸 수 없으니 소소하게 밖에 나와 브런치를 즐겼지만, 이 다음의 계획은 없었다. 굳이 있었다면 그다음 날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달까. 장기 여행에선 하루쯤은 집에서 온전히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이 푸른 하늘이 언뜻 보이는 걸 봐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흐리고 축제 빼면 할 것 없는 재미없는 발렌시아라는 기억으로 마무리 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곳에 꽤나 오래 머물렀던 동행의 정보가 떠올라 방문을 결심했다.


그분은 SNS에 이렇게 소개했다.

스페인 속 베네치아.


입구


워낙 독특한 매력을 지닌 베네치아인지라 많은 곳에 운하 또는 작은 바다지형이 형성된 곳엔 베네치아의 탈을 쓴 곳이 많은데, 이곳 발렌시아에도 있다. 이름은 Port Saplaya. 발렌시아 시내에서 차로는 약 20분, 버스 타고는 약 50분 거리에 있다.


발렌시아-포트 사플라야 버스 Tip.

L112A, L112B를 타면 그 근처까지 갈 수 있는데, 구글에 적힌 버스 정류장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으니 주변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확인하거나 현지인에게 물어보자. 또한, 버스정류장에 버스정보가 명시 안 되어 있을 수 있다.


"이 버스 어디서 타야 해요? “

“모르겠어요.”

가는 길은 꽤나 험난했다. 구글맵이 알려준 곳에 버스정류장은 없고, 근처 정류장엔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구글이 알려준 곳 앞에 위치한 학원 하나를 벌컥 문 열고 들어갔지만, 상주하는 직원조차도 모른다고 답을 했다.


“Port Saplaya 가요?”

“네.”

“저기 정류장에서 노란 버스 타면 돼요.”

포기하고 시내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그 학원의 다른 직원이 문을 열고 나와 나에게 정보를 주었다. 고맙게도 색깔까지 세세하게. 물론 하얀 버스가 와 색 정보는 틀렸지만, 그의 말 덕에 갈 수 있었다.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긴가민가 했다. 버스도 광활한 도로 위에 내려주고 비슷한 풍경이 안 보여서. 이내 그 지역에 들어선 순간, 형형색색의 건물과 배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베네치아 축소판이라고 한 이유는 알겠다.’


항구 사진들


베네치아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색감과 여러 보트들. 사실 그 규모를 비교하자면 그 이름을 따오는 것도 민망할 정도다. 하지만 처음 보인 푸른 하늘 아래 올만한 곳으로는 최적의 장소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역은 생각보단 컸다. 다만 은근 비슷한 풍경이 지속되는 단순 항구인데다 현지인 빼곤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엔 애매했다. 여유로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그렇다고 곧장 온 길을 다시 돌아가기도.


항구 전경


사진을 찍기엔 꽤나 좋았다. 한국인들에겐 아이유 자켓사진으로 유명한 베네치아의 부라노 섬 같은 감성도 조금 있기도 해서. 결과적으로는 진짜 ’여행‘의 기분이 느껴진 좋은 ’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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