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녕로그 Jan 24. 2024

비관광도시에 가는 이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상, 알메리아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대도시에선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여행까지 가서 한국인들에게 둘러싸이면 그 지역의 매력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이제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를 볼 이유를 크게 못 느껴서 소도시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이유로 곤경에 처하고 싶진 않기 때문에 늘 그나마 알려진 곳을 다녀왔는데, 이번엔 정말 정보가 없는 곳에 왔다.


그 도시는, 알메리아. 



'비'관광도시?

우리가 '소'도시라고 일컫는다고 사실 정말 작은 도시는 아니다. 로마, 런던, 뉴욕 등의 대표적인 수도나 널리 알려진 도시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서 '소도시'라고 칭하는 것이지, 사실 현지인들에겐 꽤나 큰 도시에 속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진짜 소도시에 가면 걷는 거 외에는 할 게 없더라. 그래서 나는 이곳을 '비관광도시'라고 칭하겠다.


어떠한 관점에서는 이 말도 안 어울릴 수도 있다. 유럽 중 유일하게 사막을 갖고 있는 도시로, 명확한 관광지가 있는 곳이다. 다만, 차를 렌트를 하지 않았다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도시 내를 며칠 걸어본 결과 서양 관광객조차도 적었기 때문에, 적어도 나의 인상엔 현지인의 삶이 가득 녹아든 '비'관광도시였다.


그만큼 장점은 저렴한 물가다. 현지인이 주 타깃이기에 대부분의 물가가 저렴하다. 숙소도 타 지역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 선택지가 많지 않고, 숙소 컨디션도 그만큼 좋은 곳이 적은 편이지만, 가성비가 상당한 곳이라 하겠다.



여유로운 거리 분위기

비관광도시라서 치안이 안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은 금물. 오히려 관광객이 주 타깃인 소매치기 범이 줄어 안전하다. 대부분이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는 현지인으로 가득하니 여유로운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인파가 적다는 게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어디로 걸어도 마음에 들면 벤치에 걸터앉아 가만히 있어도 좋다.


알메리아 거리


야자수가 가득한 열대지방의 모습을 뚜렷이 가고 있는 알메리아는, 그만의 특유의 감성이 있었다. 사막 근처에 있는 도시의 바이브랄까? 그래서 한 두걸음 걷고 구경하고, 가만히 서서 보고, 다시 돌아가서 보고를 반복했다. 건물들도 오래된 맨션과 중세 건물 사이 어딘가에 있는데,  주변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현지인들


건물과 마찬가지로 현지인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목적지가 없고 정처 없이 걸으니 도시 고유의 모습을 보기 좋다. 어딘가로 향하는 여행은 길 찾는다고 휴대폰을 자주 보니 평범한 길 위의 모습의 잔상이 없는데, 알메리아는 그게 뚜렷하다. 캐리어 가방을 끌고 하교하는 학생을 보고, 장 보고 집 가는 누군가의 어머니도 보고. 그 삶에 녹아드는 기분이 들었다.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 하나 없는 길에 서서 주변을 둘러볼 때, 진정한 관찰자가 되는 그 경험. 그게 하나의 묘미이자 매력이었다.



고개 들고 무작정 걷기

지도 위에는 다음 목적지를 위한 핀이 가득 꽂혀있지 않나. 그게 없는데 시간은 여유롭다면,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 계속 걷게 된다. 지도는 어느 정도 멀리 왔다는 느낌이 들 때 내 위치를 하는 용도 정도랄까? 


알메리아 중심


그러다보니 도시 중심은 물론, 올드타운의 나름 외곽지역까지 쭉 걸었다. 마구잡이로 걸어 다닌 알메리아에서 느낀 건, 이곳은 공사하는 곳이 굉장히 많다는 것. 대부분 유럽에서 흔히 보이는 보수 개념이 아닌, 건축이었다. 나름의 5층 이상의 건물이 많았던 이유가 이래서였을까? 지속적인 개발을 하는 도시인 듯했다.


올드타운 거의 외곽지역


알메리아에서 머무는 내내 나의 하루는 어디로 흘러 갈지 몰랐다. 사막을 보러 왔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포기를 했고, 그저 걸어 다닐 뿐이었다. 매일 아침마다는 물론이고, 잠시 숙소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면서 당장 어딜 갈지 정하고. 잠재적 결정에 의해 움직이는 데다 또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어서 더 이 도시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유럽 중 유일한 사막이 있는 곳'이란 수식어에 이끌리기도 했지만, 알리칸테와 다음 예정 목적지였던 말라가 사이 적당한 도시가 필요해 우연히 들린 인생 첫 비관광도시. 직접 찾기도, 무작정 방문하기도 쉽지 않은 도전이겠지만, 이후 비관광도시에 대한 긍정적 인상이 남았다. 첫번째 경험이라 조금 방어적이긴 했지만, 다음엔 보다 더 현지에 부딪히고 싶다.


이전 14화 자세히 보아야 핑크 호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