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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혁 Feb 12. 2024

공소시효

2024년 2월 12일

-안녕하세요?

오, 다은님! 안녕하세요.

-ㅎㅎ 저 기억하세요?

당연히 기억하죠. 와, 이게 얼마만이에요.

-5년?

5년이나 됐어요?

-네, 그때 콘서트가 2019년이었어요.

그러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요. 진짜 빠르다.

-그쵸? 진짜 빠르네요.

잘 지내셨어요?

-네, 저는 잘 지냈죠.

졸업은 했어요? 그때 과 활동 얘기했었던 거 같은데.

-졸업한지 꽤 됐죠 ㅎㅎ 과 활동?

연극 같은 거 한다고...

-아, 연극은 동아리였어요.

제가 소품팀 하지 말고 연기해보라고 그랬었는데. 그거 동아리였구나.

-네, 동아리 동아리.

전공이 뭐였는지는... 말씀해주셨었죠? 제가 기억이 잘 안나서...

-ㅋㅋㅋ 아뇨. 얘기 안했어요.

아, 그래요? 괜히 제발저렸네 ㅋㅋ 조용히 있을 걸.

-저 피아노 전공했어요 ㅋㅋ

오! 그러셨구나. 아니, 근데 왜 우리 그런 얘기도 안했죠.

-저는 아는데. 예대 나오신 거...

앗...

-흐음. 관심이 없으셔서.

아유, 그런 거 아닙니다.

-ㅎㅎㅎㅎ 제 마지막 문자도 씹으시고...

허허허.

-서운해요?

허허허... 공소시효 없나요? 오 년이면...

-넘어가 드릴게요 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

-그나저나 연휴 때 구파발에 있는 교보문고 가셨죠?

헉? 어떻게 아셨죠?

-손보미 소설집 사셨죠?

뭐야... 무서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죠 ㅋㅋㅋㅋㅋ

-저 친구랑 갔다가 우연히 봤어요. 긴가민가 해서 말은 안걸었는데.

와, 정말요? 신기하다. 어떻게 알아보셨지.

-그대로시던데요?

그럴리가 없는데. 오 년새 많이 늙었답니다... 요샌 기억력도 나빠져서 깜빡깜빡해요...

-그때 기억도 다 잊으셨나요?

그건 기억하죠! 제가 또 기억해야할 건 기억하거든요.

-그때 심심하면 연락하라고 하셔놓고 왜 씹으셨죠? 

공소시효 지난 거 아니었어요? ㅠㅠ

-ㅋㅋㅋㅋㅋㅋ 장난이에요.

죄송해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좀 당황스럽긴 했어요 ㅋㅋㅋ 먼저 커피 마시자고 해서 얘기도 한참하고 번호도 교환해놓고 묵묵부답...

ㅋㅋㅋㅋㅋ 에이 그건 아니죠. 얘기를 좀 하다가 끊긴거지.

-그러니까 왜 끊긴거죠?

그게 궁금해서 연락하셨나요? ㅋㅋㅋㅋ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말 나온김에 ㅋㅋㅋ 생각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나쁘네요.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왜 연락을 안하셨어요 ㅋㅋㅋ

아니, 실은...

-네네.

아니에요.

-앗?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러기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아니, 말하려니까 갑자기 부끄러워서...

-뭔데 갑자기 부끄러워요 ㅋㅋㅋㅋㅋㅋ 이제와서.

아니, 진짜 별 건 아닌데.

-별 거 아니면 그냥 얘기하세요 ㅋㅋㅋ 뭔데요?

우리 나이 차이 엄청 나는 거 알아요?

-모르죠. 나이 얘기 안했으니까.

저도 당연히 처음엔 몰랐죠 ㅋㅋㅋ 근데 얘기를 계속 하다보니까 뭔가 싸 하더라구요. 

-싸~ 했어요?

네! 사실 저는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하는 쪽인데. 그래도 좀...

-얼마나 차이 나는데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

제 예상으로는 띠동갑이 아닐까...

-ㅋㅋㅋㅋ 아 정말요?

네! 진짜 그럴걸요?

-제 나이 모르시잖아요.

눈치가 있는데, 대충 알죠. 그때 휴학 좀 하고 2학년이라고 하셨으니까. 

-그랬구나. 그래서 연락을 씹으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론은 그렇게 되네요.

-아니, 그러면 그냥 그렇게 말씀을 하시지.

웃기잖아요. 우리가 무슨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나이 들먹이면서 거리두기 하는게 ㅋㅋㅋㅋ

-하긴 ㅋㅋㅋ 그것도 그러네요.

아무튼 그랬답니다. 뭔가 죄짓는 기분이라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어요... ㅋㅋㅋ

-죄짓는 기분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예요! 제가 나이를 알았으면 먼저 말을 안걸었죠....

-억울하네요 뭔가.

뭐가요?

-너무 어려서, 사주기로 한 밥도 못얻어먹고 차단 당하다니...

아이, 또 말씀을 그렇게 하신다... 차단이라니요~ 차단은 안했어요 ㅋㅋㅋㅋ

-그게 차단이지 뭐예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

-근데 전 나이 차이 별로 신경 안써요.

아, 그래요?

-네네. 나이가 뭐 중요해요. 사람이 중요하지. 나이는 어려도 정신이 성숙한 사람이 있는 거고, 나이 많아도 정신은 꼬맹이인 사람이 있는 거고. 나이로 사람을 딱 판단할 순 없지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막상 닥치니까 그게 또 다르더라구요 ㅋㅋㅋ

-에이, 난 또 무슨 이유 때문인가했네. 그때 한동안 제가 무슨 말실수했나 고민했었어요.

그러셨구나.

-싱겁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는 무슨... 저도 이제 곧 이십대 후반이랍니다.

와, 그렇게 얘기하니까 정말...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네요.

-그럼요.

한창 좋을 때네요. 인생의 절정기... 부럽다...

-절정기 맞아요? 오히려 이래저래 복잡한 시기인데. 여러모로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은 시기랍니다.

그렇기는 하죠. 그래도 그때가 참 좋은 거예요. 앗, 이거 너무 꼰대 같다. 그쵸?

-네. 좀 꼰대 같네요.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이에요. 그때도 그렇고 꼰대 같은 느낌 전혀 없어요. 얘기도 되게 잘 들어주시고, 좋은 얘기도 엄청 많이 해줬는데.

그랬나요? ㅋㅋ 칭찬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때 해주신 얘기들 되게 도움 많이 됐어요.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들었고. 달라진 것도 많고. 제가 시야가 많이 좁았구나, 그런 거 많이 느꼈다니까요.

제가 무슨 말을 했지요...?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군요. 너무 하시네.

이해가 안되죠? 12년만 기다려봐요. 공감할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그런김에 그때 안사준 밥이나 사주세요.

네? 갑자기? ㅋㅋㅋ

-너무 어려서 안되나요?

아니 ㅋㅋㅋㅋㅋㅋ 그런 건 아니고...

-저 이십대 후반이라니까요. 무슨 고등학생도 아니고 뭘 그렇게 ㅋㅋㅋㅋㅋ

알죠, 알죠 ㅋㅋㅋㅋ

-아이구 어르신... 참 모시기 어렵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파발 근처 사세요?

네, 가까워요.

-그럼 주말에 거기 교보문고에서 보시죠! 저도 책 좀 살 거 있어가지구.

흐음 ㅋㅋㅋ

-저도 실은 손보미 좋아해요.

아, 진짜요?

-네. 그래서 더 반갑더라구요 ㅎㅎ

신기하다. 손보미 아는 사람 처음봐요.

-소설 읽는 사람이 별로없어서 그래요. 유명한 작가인데.

그쵸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주실 거예요, 말거예요. 또 씹으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겠어요.

-좋아요. 그럼 금요일쯤에 다시 연락할게요. 아유, 어르신 더 귀찮게 하면 또 도망가실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네 알겠습니다.

-이번엔 씹지 마세요? 두 번은 공소시효고 뭐고 없어요?

ㅋㅋㅋ 알겠어요.

-연락할게요!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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