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말은 짧고 잠은 길어서
겨울보다 더 겨울같던 밤
그늘에 쌓인 눈이 연신 앓았다
달뜬 계절은
이국서 온 편지처럼 낯설어
옷걸이에 나를 반듯하게 걸어놓고
감은 눈으로 한참 구경했다
낮에는 그이가 불러 멀리 나섰다
그이는 산책길에 난
식물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개나리나 목련
회양목이나 미선나무의 이름을
길 잃은 아이를 달래듯
불러주었다
고사리는 음지에서 잘 자란다고 하였다
벚나무를 벚이라 불러
소식이 끊긴 벗 생각도 하였다
또 나는 종종
마음을 얇게 저며
다리가 짧은 강아지나
멀리 날아갈 새들에게 던져주었다
밤에는 집으로 돌아와
보일러를 사십육도까지 올렸다
텅 빈 등을 데우며
천국이나 지옥 따위를 상상했다
조각난 낮을 억지로
끼워맞추다 포기하고
다정한 외로움에 안겨
꿈처럼 걷던 밤을
망연히 떠올리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