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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그린 Mar 25. 2020

울랄라! 흩날리는 꽃처럼 춤을!

여행을 잊은 당신에게


Panakbanga, Philippines/ Greeny


함께 떠난 첫 여행(바기오 , 필리핀)


발을 내딛자 환영인사처럼 바기오에선 파낙벵가 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형형 색색 가득한 꽃으로 장식한 사람들과 춤을 추기 시작했다.

리듬에 맞춰 휘젓는 손가락 사이로 따뜻한 공기가 느껴진다.

호주에서만 살다온 팽다에게는 모든 게 신기했다. 햇빛, 냄새, 사람들

아침이면 이국적인 필리핀의 향이 따뜻한 바람이 되어 몸을 감싸고

피부색은 점점 그을려 짙어지고 입꼬리는 자연스레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의 여행이 다양한 색을 채워가면서 메리의 치마는 점점 파도가 되어 휘어지고

팽다는 바다를 가로지르며 서핑을 즐기는 동안 하늘이 노랗고 붉게 물들여간다.








문득 바기오가 떠오르는 오늘

따뜻한 바람, 보고 싶은 사람들, 야자수..

처음 혼자 떠난 여행의 추억을

함께 그림으로 그립니다.






2012. 필리핀 여행 기록


baguio ⓒ 2017 green.


열아홉살때 운좋게 어학연수를 잠깐 가게 되었다. 설렘  두려움 반으로 혼자서 처음 집을 나섰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을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렸다. 필리핀의 첫인상은 뜨겁고 무거운 기온과 습한 냄새가 생각난다. 바기오로 가는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렸다. 마침내 바기오 시내에 들어서고 어학원으로 가는 길에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baguio ⓒ 2017 green.




필리핀의 대중교통수단으로 미군이 철수하고 남은 군용 지프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다. 외관은 형형색색으로 알록달록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마주 보고 나란히 앉을 수가 있다. 지프니에 올라 옆사람에게 돈을 건네면 옆으로 전달해주어 기사에게 전달한다. 낯선 곳이라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나도 똑같이 따라 하곤 했다. 가끔 돈을 내지않고 타려고 뒷문을 잡고 서서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프니에서 내릴 때는 천장을 주먹으로 툭툭 치며 빠라!(타갈로그어:세워주세요)를 외치곤 했는데 나중에는 더 자연스러워진 행동과 그을러 진 피부에 필리피나냐고 묻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Baguio City, Philippines
Baguio City, Philippines ⓒ 2017 green.


매일 점심, 저녁으로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며 동네 한 바퀴를 돌곤 했다. 고산지대에 위치한 바기오는 다른 필리핀 지역과는 달랐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열대기후가 아니라 봄가을을 품은 날씨였다. 길을 걸으며 들이마시는 숨에 햇살을 머금은 솜이불 같은 느낌이 기억난다.






선생님이 가져다준 세가지 종류의 바나나들


우리나라의 장유유서 문화처럼 필리핀에서는 아이와 여자, 약자를 먼저 챙기는 문화가 있었다. 어학원에서 가장 어린 나를 선생님들은 가족처럼 잘 돌봐주었다. 물갈이를 하고 탈이 나자 코코넛과 바나나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가끔은 입맛이 안 맞아 밥을 잘 못 먹으면 동네가게로 가 한국 라면을 사주기도 했다. 모두 정이 많고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Burnham Park, Baguio


주말에 선생님과 스케이트를 타러 번햄 파크를 가게 되었다. 울창한 나무와 넓은 공원 특유의 여유로움이 있었다. 바기오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이 공원이 그림 속 꽃 축제인 파낙벵가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파낙벵가(panakbanga)는 꽃이 피는 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림은 오프닝 퍼레이드에서 민속춤을 추는 장면과 바다를 함께 그려 필리핀의 전체적인 인상을 표현했다.






Cathedral Church, Baguio
Cathedral Church, Baguio
Cathedral Church, Baguio

바기오 중심가, 세션 로드를 걸어가다 사람들을 따라 언덕 위의 연분홍빛 성당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천장이 높은 성당 안에 앉아 미사를 기다리는데 열린 문을 통해 까마귀들이 들어왔다. 가운데 통로를 가로질러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까마귀와 함께 호흡하는 자연친화적인 성당을 낯설지만 좋아하게 되었다. 동전 한 닢을 내고 초에 불을 켰다. 흔들리는 불빛을 보며 소원을 비는 일은 즐거운 일을 만들어주는 마법 같았다. 지금도 여행사진만 봐도 떠오르는 설렘이 있다. 그때 나는 호기심이 많고 겁도 많지만 웃음이 많은 아이였다. 처음이라서 사소한 일에도 더 설레고 더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하는 것 같다. 다시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싶다.





Crisologo, Vigan City, Ilocos Sur, Philippines


휴일에 친구들과 함께 스페인 거리가 있는 비간 시티로 떠났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있는 관광지로 기념품 가게가 길가를 따라 쭉 늘어져있었다. 갑자기 비가 내려 기념품을 천으로 덮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산 아이 러브 바기오 티셔츠를 자주 입고 다녔다.





Crisologo, Vigan City, Ilocos Sur, Philippines


어서 오르라고 말이 기다리고 있다. 둘씩 나뉘어 말이 끄는 칼레사를(스페인어:마차) 타고 비간의 명소들을 돌아다녔다. 조금씩 비가 내리는 날씨에 시내를 돌며 거리와 성당을 구경하고 내려서 도자기를 빚는 체험을 하기도 했다. 빗방울이 굵어지며 날이 어두워질 때쯤 현지인 추천을 받아 식당에 내렸다. 다 같이 모인 우리 일행은 여행의 즐거움에 취해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Pagudpud, Ilocos Norte, Philippines


다음날 제2의 보라카이라는 파구 풋으로 떠났다. 잡지에 나오는 휴양지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Hana resort, Pagudpud, Ilocos Norte, Philippines


리조트에 짐을 풀고 낮시간 동안 내내 바다를 보고 있었다. 물놀이 후 낮잠을 자고 밖이 어두워질 무렵 나와서 레스토랑에 갔다. 작은 공연이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접시에 야채나 고기를 담아 요리사에게 가져다주면 철판에 구워주었다. 몇개없는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는 어두운 밤 속에 우리만의 시간이 있었다.




Hundred Islands National Parks in Alaminos, Pangasinan, Philippines


필리핀의 바다는 언제 봐도 물빛 보석처럼 반짝인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안녕, 필리핀 그리고 흩날리는 꽃처럼 춤추던 열아홉살의 나에게









그림을 더 보고 싶다면 클릭!

https://www.instagram.com/__summer_green/

인스타그램 @__summer_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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