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아 사랑을 해,
졸업전시를 앞두고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다는 말에 돌아온 교수님의 대답은 사랑이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가끔 나는 소유하는 것을 사랑한다고 착각했다. 봄이 오면 꽃집에 가서 자주 꽃을 샀다. 식탁 위에 올려두면 2주면 지는데도 계속해서 꽃을 집에 데려왔다. 꽃을 좋아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점점 시들 해졌다. 영양제를 주고 낮이면 볕 드는 베란다로 옮겨가며 애를 썼지만 결국 떠났다. 그제야 깨달았다. 꽃은 행복했을까? 말 못 하는 꽃은 나보다 더 답답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대화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부끄럽게도 아직 무언가를 위해 열렬히 희생해 본 적은 없다. 나는 이제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기다리기로 했다. 5년간 키우던 선인장이 허무하게 죽고 나서 아무것도 집에 들이지 않았을 때처럼 가만히 사랑을 기다리기로 했다.
Picture: Love_Acrylic on C-print_ 91x91cm_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