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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리맘 Oct 09. 2022

06.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한다면.

멀리서 찾지 마. 넌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다고.

꿈 많고 패기 넘쳐야 할 20대. 나는 그저 그런 회사에서 이렇다 할 욕심이나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취업한 회사는 간판은 누구나 아는 언론사였지만, 대기업의 아웃소싱 업무를 하는 광고대행사였다. 말이 광고대행 사지, 실제 업무는 콜센터였다. 유리 멘털이었던 사회초년생인 나는 전화 너머의 차가운 사람들의 말투에 매일을 울면서 퇴근했다. 그곳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나는 정말 계획 없이 다른 곳에 도망치듯 이직했고 첫 단추가 삐뚤어진 채 그렇게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른 채 20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견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면서 제대로 된 회사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원하는 업무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곳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만족감에 시키지 않은 일도 찾아서 하는 “고무적인” 신입사원이었고, 서비스직 아르바이트와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이 전 회사에서의 다져진 멘털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실은 고등학교 때 나의 꿈은 “호텔리어”였고 대학교 때는 승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나름 서비스직군 희망자였다. 이런 나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일까. 회사 동기였다가 서비스 교육기관으로 이직한 한 친한 동료의 추천으로 강사 양성과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3개월 간 주말 내내 종일 수업을 들으며 집중해야 했던 과정이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참여했던 그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강사라는 직업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강단에 서는 경험은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함을 안겨주었고 다른 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강사라는 직업으로 전향했고, 그렇게 지금 회사 취업까지 그 커리어는 연장되었다. 


맞다. 나는 바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내가 가진 지식이나 지혜를 전달해 주며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강의일 수도 있고, 상담일 수도 있고 블로그의 글 일수도 있고 유튜브 영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해 볼 수 있는 것. 바로 강의였다. 강의는 나의 30대를 모두 바쳤던 일이자, 커뮤니티의 중심축이었다.




마침 블로그 커뮤니티 내에서 미니강의처럼 구성원들의 줌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나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다. 바로 그곳에서 나도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곳에서 강의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강의 기획 기초에 대해 강의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로 신청을 했다. 아주 무모하게.


그렇게 일단 저지른 후 약 2달 동안 매일을 고민했다.

‘내가 과연 잘한 걸까..’ ‘ 내가 뭐라고 그분들에게 강의를 한단 말이지…’라는 후회를 하다가

‘어떤 내용으로 구성을 해야 도움이 될까’ ‘어떻게 말해야 더 쉽게 전달이 될까’로 바뀌었다.

이왕 하기로 한 것 제대로 잘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강의 날이 다가왔고 저녁시간 아이들과 남편을 다 놀이터로 내보낸 후 아이방에 쪼그리고 앉아 줌으로 떨리는 강의를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 서로에게 몹시나 호의적인 커뮤니티 멤버분들의 피드백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의 블로그 후기와 카카오톡 내 후기글은 나에게 눈물 나도록 감동스러웠다.

다시 20대 말 강사 아카데미에서의 열정이 다시 샘솟는 기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하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왜 나는 멀리서, 지금까지 와 다른 무언가를 찾으려 노력했던 것 일까.

실낱같은 빛을 발견한듯한 기분으로 그 이후에도 업그레이드된 강의 진행과 함께 다른 강의도 추가 진행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멀리서 찾지 마. 당신은 이미 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다만 회사의 일인지, 내 일인지가 구분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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