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라이프 9화. 물을 끓이고 그릇을 키우는 시간
홀로 머나먼 타지에서 살면서 배운 것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이다
여전히 배우고 있는 중이니 실은
따끈따끈한 현재진행형이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지
햇살 속에 춤추도록 하는지
그저 사라지고 싶게 만드는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하루하루 매일 매 순간이
알 깨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나의 지금 그리고 지난날과 훗날을
오롯이 마주하며 알을 깨부수는 탓이다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싶을 때
스스로를 기특하다 대견하다 해줄 때
그 모든 걸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설 때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평화를 얻는다 마침내
나를 사랑하고 대접하는 일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존중하게 된다
동시에 또 깨닫는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을 애정하고 신뢰하는구나
이런 사람에겐 곁을 내어주지 않네
나를 갉아먹는 유형의 인간은
두 가지 단어로 정리됐다
오만하고 염치없는
반복될수록 축적될수록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피할 수 없었다
함께 있을 때 내가 상대에게 들인 것
시간과 마음, 거기에 쓴 기력과 돈까지
그 모든 게 아깝다고 느껴지는 시큼한 진실
물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랬던 적 있다
지금도 문득 떠오를 때마다 혼잣말을 한다
"나 진짜 미친년이었네..."라고
그때 도대체 왜 그랬지 싶다가도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여러모로 서툴고 무지했던 나를
맞닥뜨리는 시간
스스로 저지른 오만과 염치없음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온몸을 떤다
그 대가로 소중한 무언가를 거둔 이들과
그럼에도 곁을 지켜주는 이들을 되뇐다
아무도 모를 참회의 현장
낯 뜨거운 회상에 부끄러움이라는 벌을 받는다
그때 넌 미숙했잖아 몰랐잖아
이제부터 더 괜찮은 사람이 되면 돼
진실된 자기반성과 성찰 끝에 비로소
나를 용서하고 사랑해주자고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