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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ug 18. 2024

오만과 염치

독일라이프 9화. 물을 끓이고 그릇을 키우는 시간

홀로 머나먼 타지에서 살면서 배운 것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이다


여전히 배우고 있는 중이니 실은

따끈따끈한 현재진행형이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지

햇살 속에 춤추도록 하는지

그저 사라지고 싶게 만드는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하루하루 매일 매 순간이

알 깨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나의 지금 그리고 지난날과 훗날을

오롯이 마주하며 알을 깨부수는 탓이다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싶을 때

스스로를 기특하다 대견하다 해줄 때

그 모든 걸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설 때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평화를 얻는다 마침내

나를 사랑하고 대접하는 일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존중하게 된다

동시에 또 깨닫는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을 애정하고 신뢰하는구나

이런 사람에겐 곁을 내어주지 않네

 

나를 갉아먹는 유형의 인간은

두 가지 단어로 정리됐다


오만하고 염치없는


반복될수록 축적될수록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피할 수 없었다


함께 있을 때 내가 상대에게 들인 것

시간과 마음, 거기에 쓴 기력과 돈까지

그 모든 게 아깝다고 느껴지는 시큼한 진실


물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랬던 적 있다

지금도 문득 떠오를 때마다 혼잣말을 한다

"나 진짜 미친년이었네..."라고


그때 도대체 왜 그랬지 싶다가도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여러모로 서툴고 무지했던 나를 

맞닥뜨리는 시간 

 

스스로 저지른 오만과 염치없음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온몸을 떤다


그 대가로 소중한 무언가를 거둔 이들과

그럼에도 곁을 지켜주는 이들을 되뇐다


아무도 모를 참회의 현장

낯 뜨거운 회상에 부끄러움이라는 벌을 받는다


그때 넌 미숙했잖아 몰랐잖아

이제부터 더 괜찮은 사람이 되면 돼


진실된 자기반성과 성찰 끝에 비로소

나를 용서하고 사랑해주자고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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