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하고 나하고

by 곽영미

장경원 글, 정민아 그림 [엄마하고 나하고]는 아이들보다는 성인들이 더 좋아하고,

감동을 받을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표지, 면지를 만나보자]

이 그림책의 표지는 봄날 살구꽃과 다른 꽃들이 가득한 뜰에 엄마가 아직 걷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엎고 달래는 모습이다. 혹시 어린 아기와 엄마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면지를 보면 생각이 바뀐다. 면지 그림을 살펴보자. 표지와 달리 아기와 엄마가 아닌 커다란 남성의 옷가지와 아기처럼 작은 옷가지가 보인다.

면지(앞)


뒷면 지는 할머니 옷이 빠진 아들의 옷가지만 빨랫줄에 걸린 모습으로 끝난다. 앞면지와 뒷면 지를 비교해 보자. 배경색이 바뀌었고, 또 무엇이 바뀌었는가? 그렇다. 빨랫줄에 할머니의 옷이 빠진 것이다. 어머니의 부재를 알려주면서 앞면지와 뒷면지가 효과적으로 쓰였다.

면지(뒤)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본문 첫 장면에서는 화면 구도가 위에서 아래를 보고 있다. 살구꽃이 가득 핀 봄날, 주인공의 집이 보이고, 두 노인이 있다. 남자 노인은 자전거를 고치고 있고, 남자 노인의 어머니로 추측되는 할머니는 마루에서 졸고 있는 듯하다. 닭과 병아리, 강아지 등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처럼 보인다.


[뚝딱뚝딱, 뚝딱뚝딱 아침부터 자전거를 고치고 있어요. 자전거 뒤에 수레를 하나 매달려고요.

……우리 어머니는 나보다 스물다섯 살, 자전거보다 쉰 살이나 더 많아요.]


글에서는 그림 정보를 확장한다. 아저씨가 자전거를 고치는 이유는 수레를 달기 위해서고, 자전거는 쉰 살, 아저씨는 스물다섯 살이 많은 이른 일곱 살, 어머니는 100살이라고 알려준다.

백 살이라니? 누군가는 깜짝 놀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골에서 이렇게 장수하는 노인들이 드물게 있지 않는가.

더군다나 기대 수명이 높아진 요즘, ‘백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가.

현실에서는 종종 볼 수 있지만, 그림책에서 백 살이 된 노인을 소재로 다룬 이야기가 드문 편이다.


화면 구도는 점점 줌인(zoom-in)된다. 시선은 정면이 아니라 측면에서 할머니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글에서 할머니에 대한 정보를 강화한다.

[옛날에는 어머니도 젊고 힘이 셌어요.

하지만 늙고 늙고 또 늙다가 이제는 거꾸로 아기가 되었답니다.]


이 글처럼 불현듯 부모님들이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체감할 때가 있다. 부모님의 체구가 작아져서 키가 줄어든 뒷모습을 볼 때나 새로운 기기의 사용법을 몰라 도움을 요청할 때 등등.

이런 신체적인 모습이나 기능 외에, 심적으로 의지를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부모님의 늙음을 체감하곤 한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텔레비전 리모컨 사용법을 알려주다가 울컥 화를 내는 장면이 이제 남일이 아니구나 느끼게 된다.


본문 앞쪽 이야기에서는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할머니를 데리고 세상 구경을 떠나는 늙은 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머니, 우리 세상 구경 가요. ……네가 가면 나도 가야지…….]

어머니는 아들이 가면 어디든 상관없다. 아들과 함께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아들은 동네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시골에서 도시로 세상 구경을 떠난다.

본문 전체-샷(shot)

그들이 처음 도착한 곳은 시끌벅적 왁실덕실, 수많은 자동차로 꽉 막힌 도로다.

푸른 시골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어둡고 흙먼지가 자욱한 도로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자동차에 탄 사람들은 할머니와 아들의 자전거를 놀란 듯 보고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혼잡한 도로를 달리는 클로즈업한 장면이 뒤따라 나오고, 뒤를 이어 다음 장면에는 광활한 푸른 바다가 보인다.

[어머니, 여기가 바다예요. ……우리 집 하늘 색깔이랑 똑같네. 뭐.]


아들이 바다를 보여주자 어머니는 바다가 우리 집 하늘 색깔이랑 똑같다고 한다.

바다를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기대한 독자들에게 실망을 준다.

아들이 어렵게 도착한 바다인데, 할머니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일관적인 반응은 뒷이야기에서 왜 할머니가 그랬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다음 장면에서 이들은 거센 소나기도 만나고,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 그리고 서울에서 가장 높다는 빌딩에 도착한다. 이 장면의 화면 구도는 아래에서 위를 보는 시선으로 그려졌다. 아들이 빌딩을 올려다보는 모습은 마치 빌딩을 우러러보는 것처럼 보인다. 아래에서 위를 보는 화면 구도는 인물이나 대상을 확대하고 강조, 공포, 경외, 존경심, 긴장감의 고조, 우월적 입장 등의 묘사가 가능하다.

[그 도시에서도 가장 높다는 빌딩에서 어머니와 나를 초대했거든요.]

글에서는 어머니와 아들이 세상 구경을 떠난 이유를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할머니와 아들은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할머니가 승강기를 타지 않겠다고 떼를 썼기 때문이다. 그럼 그냥 돌아가면 될 것인데, 할머니는 막무가내 승강기를 타지 않고 꼭대기에 간다고 한다. 왜 그런 것일지 한번 생각해 보시라.

[하지만 꼭대기에는 꼭 가 볼 거야. ……높은 데 가서 뭘 보시려고요?]


아들이 물어도 입을 꼭 다문 할머니, 하는 수없이 아들은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할머니를 엎고 계단으로 올라간다. 그림의 시선은 계단 위에서 아래를 보여준다. 빌딩을 올려다보는 화면 구도와 정반대의 구도를 가진다. 시선이 위에서 아래를 보는 구도는 그림의 전체 상황을 보여 주거나 설명적인 묘사가 가능하다. 이 그림책은 이렇게 화면 구도로 다양하게 잡아 그림의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여기서도 안 보이네. 예? 뭐가요? 우리 집.]

본문 전체-샷(shot)


겨우겨우 빌딩 꼭대기에 올랐는데, 할머니가 이렇게 말한다. 할머니가 빌딩 꼭대기에서 보고자 했던 것은 자신이 집이었다. 아들을 따라 세상 구경을 다녔지만 할머니에게 가장 좋은 장소는 자신의 집임을 알려준다. 이제 앞에서 할머니가 왜 바다를 보며 우리 집 하늘 색깔이랑 똑같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장면은 빌딩 전망대에서 지는 해로 노랗게 물든 하늘을 보고 있는 할머니와 아들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노란색 배경은 다음 장으로도 연결된다.


다음 장에는 할머니의 방이 클로즈업되어 보인다.

오른쪽 페이지 하단에 할머니의 옷과 머리핀, 빗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리고 글의 내용은 이렇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어요.

이제 어머니는 우리 집 뒷산 무덤 속에 누워 계세요.]

할머니의 죽음을 알려준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할머니의 머리핀은 여행 중 산 것이고, 머리빗은 할머니가 여행을 떠나면서 가지고 갔던 물건임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날 것 같지만 마지막 장면이 남아있다.

본문 전체-샷(shot)


마지막 장면은 이야기를 과거로 회상한다. 할머니와 아들이 함께 여행을 다녔던 때,

빨간 머리핀을 꽂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공원에서 김밥을 먹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그래도 어머니 심심하지는 않지요?

날마다 내가 찾아가잖아요!

그래도 조금 심심하면 자전거 타고 함께했던 그때를 떠올려 보세요.]


이 그림책의 주조색은 주황에 가까운 노란색일 것이다. 주조색은 배색의 기본이 되는 색으로, 그림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색을 말한다. 주황에 가까운 노란색은 가장 환하기도 하지만 슬퍼 보이기도 했다.

노란색의 상징으로는 천진난만함, 사랑스러움, 밝음, 부 등과 같이 다양하다. 이 그림책에서는 이런 노란색의 상징이 잘 담겨있다. 또한 노란색의 상징인 지혜와도 잘 연결되는 것 같다.

100세까지 살아보니 가장 좋은 곳이 자신의 집이라는 걸 알게 되고, 가장 좋은 일이 자식과 함께하는 삶이라는 큰 지혜를 알려준다.


이 그림책은 실제 우리나라에서 방송으로 소개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였다. 나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이제 자연스럽게 생의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부모를 가장 즐겁게 해주는 일이 무엇일지, 그리고 어떻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 자신에게도 말이다.



<그림책 테라피>

엄마, 당신은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 꽃, 물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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