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드실래요?

by 곽영미

알사탕

백희나 지음 I 책읽는곰


그림책 [알사탕]은 많이들 알고 있을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백희나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들 읽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 선녀님], [어제 저녁]도 좋지만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다들 알겠지만 백희나 작가는 등장인물과 배경을 모두 인형과 실물로 제작해서 사진을 찍는 기법을 사용한다. 하나하나 등장인물을 만들고 배경을 만들면 그것이 얼마나 힘들지, 또한 얼마나 많은 애착이 생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먼저 표지를 살펴보자.

표지(앞-뒤)

앞표지에는 분홍색 알사탕을 살펴보는 아이의 모습이 크게 보인다. 왜 분홍색 알사탕일까? 아이는 알사탕의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알사탕이 마치 구슬처럼 보인다. 어린 시절 구슬을 해에 대고 빛 놀이를 하던 모습처럼 보인다. 뒤표지에는 아이의 스케이트보드와 씽씽카가 세워진 걸 보니 아이가 사는 아파트 입구가 보인다. 바닥에 낙엽이 떨어진 것을 보니 시간적 배경으로는 가을일 것 같다. 면지는 아파트의 빈 놀이터가 줌-아웃되어 보인다.

본문 펼침면

본문 첫 펼침면에는 시선이 옆이 아닌 위에서 보는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 아이는 혼자 구슬놀이를 하고 있다. 그 옆에는 강아지가 보인다.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친구들은 구슬치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만날 자기들끼리만 논다. 그래서 그냥 혼자 놀기로 했다.]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의 말속에서 우리는 아이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 아이의 속마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실 같이 놀고 싶어. 구슬치기를 같이 하자, 나도 너희 노는 데 끼워줘.]


다음 장면은 새 구슬이 필요하다며 터덜터덜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를 따라가는 강아지의 모습도 아이의 축 처진 어깨처럼 처량해 보인다. 멀리 왼쪽 귀퉁이에는 공을 차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공을 차며 움직이는 동적인 아이들의 모습과 주인공의 모습이 대비를 이룬다.

구슬을 사러 간 아이는 문구점에서 구슬 대신 크기도 모양도 다른 6개의 알사탕을 산다. 왜 앞표지의 알사탕이 구슬처럼 보였는지 이해하게 된다.


본문 펼침면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알사탕 하나를 먹어 본다. 그 알사탕은 주황색 바탕에 검정 체크무늬가 있다. 아이는 어디서 많이 보던 무늬라고 생각하면서 알사탕을 먹는다. 그런데 갑자기 소파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주인공 아이인 동동이를 부르며, 소파는 리모컨이 어디에 있는지, 아빠가 방귀를 뀌어서 힘들다고 말한다.

본문 펼침면

입이 쩍 벌어진 동동이의 모습이 우습다.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의 글은 텍스트이면서도 디자인 요소를 갖고 있다. 글을 이렇게 배치하니 마치 소파가 고함을 치는 것 같지 않은가. 이 작품에서는 텍스트가 많은 부분 이렇게 쓰였다. 또, 강아지의 모습을 보자. 강아지는 소파가 말하는 데도 관심이 없다. 마치 소파의 말을 오랫동안 들어온 것 같다.

자, 이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갈 것이다. 6개의 알사탕 중 처음 알사탕은 소파였다. 분홍색 알사탕은 표지에 있었으니 가장 중요한 알사탕이고, 맨 마지막에 등장할 것이라고 짐작이 된다. 분홍색, 연초록, 얼룩덜룩 흰색, 작은 투명, 주황 알사탕은 어떤 물건의 소리를 듣게 해 줄까. 색이나 형태를 통해서 연상되는 물건이 있을까.

얼룩덜룩 흰색 알사탕은 강아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알사탕이었다. 아이는 강아지와 말이 통해서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강아지와 오후 내내 놀았다.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왔다. 아이는 아빠가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자 아빠에게 복수하기 위해 작은 투명 알사탕을 먹는다. 투명 알사탕에는 아빠의 턱에 난 수염처럼 작은 검정 점들이 박혀 있다. 그렇다. 작은 투명 알사탕은 아빠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 아이는 아빠가 잔소리를 해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본문 펼침면

이제 사탕이 두 개 남았다. 분홍색과 주황색이다. 분홍색 사탕은 풍선껌이다. 그리고 그 풍선껌에서 들려오는 건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이다.

[할머니는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어. ……동동이도 친구들이랑 많이 많이 뛰어놀아라.]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사라진다. 아마 동동이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의 손에서 끼워진 아이일 것이다. 할머니가 얼마나 동동이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할머니가 가장 바라는 것은 동동이가 친구들을 사귀고 그 또래 아이들처럼 뛰어노는 모습이다.

알사탕은 소파, 강아지, 아빠, 돌아가신 할머니로 변신한다. 작가는 사물에서 동물, 사람과 영혼까지 보여주면서 마법의 사탕의 규칙을 확장하고 깨고 있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사탕을 먹고 사물의 속마음을 듣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더욱 재미있게 긴장감 있는 구도로 만들었다. 또한 그림에서도 펼침면과 분할 컷을 자유롭게 써서 이야기의 생동감을 살리고 있다.


이제 두 개의 사탕이 남았다.

아이가 주황색 사탕을 먹자, 밖에서 “안녕, 안녕……” 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단풍이었다. ‘아, 사탕의 색이 단풍과 같았구나!’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왜 단풍의 소리를 넣은 것일까 궁금해진다. 지금까지의 사물과 대상은 모두 동동이와 직접 연관이 없다. 단풍과 동동이의 연관이 궁금해져서 빨리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단풍 숲에서 걸어오는 한 아이가 보인다. 단풍이 동동이를 부른 이유가 바로 친구와 만나게 해 준 것이었다. 그리고 단풍이 알려준다. 안녕이라고. 친구에게 인사하라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결말은 동동이가 친구에게 “나랑 놀자”라고 말하며 끝난다. 뒷면지는 앞면지의 그림과 동일하나 아무도 없는 빈 놀이터에 동동이와 친구가 스케이트보드와 씽씽카를 타고 노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다시 깨닫게 된다. 뒤표지에서 보인 스케이트보드와 씽씽카가 모두 동동이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친구의 것임을. 이제 서로 친구가 되어 함께 잘 지내고 있음을 알려준다는 것을. 이 그림책의 뒤표지는 이야기의 결말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마지막 투명 사탕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탕이다. 어쩌면 동동이 자아를 나타내는 사탕이 아닐까. 투명 사탕처럼 새로운 친구와 만나 자신의 색을 채워가라는 의미인 것 같다.

분홍색 사탕이 마지막에 나올 거라는 예상과 달랐지만 분홍색 사탕이 주는 의미는 크다. 할머니의 조력이 없었다면 동동이가 친구를 사귀는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위축되고, 소극적인 동동이에게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 조력자 가운데 가장 으뜸은 바로 동동이의 마음을 가장 잘 들여다보는 할머니로, 돌아가셨음에도 등장해서 동동이에게 힘을 내어준다. 이런 할머니의 무한사랑을 통해서, 또한 보이지 않아도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위안을 얻은 동동이가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본문 펼침면


<그림책 테라피>


어린 시절, 나도 할머니와 오랜 시간 보내고 자랐습니다. 그래선지 친구를 사귈 나이임에도 할머니와 돌아다니고 노는 것을, 그리고 할머니 옆에서 조용히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지요. 하지만 그때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훔쳐보고 같이 놀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뒤늦게야 자연스럽게 하나둘 친구를 사귀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혼자 노는 것보다 상대방을 맞추기 때문에 더 피곤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친구들과 놀면 더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지요. 그리고 용기와 함께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친구관계가 유지되고 즐겁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배우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친구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관계에서 용기와 배려가 필요하지요. 지금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또는 누군가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어 말해 보세요.

마법의 알사탕이 필요하다고요?

그럼 점토로 마법의 알사탕을 만들어 볼까요? 그리고 용기를 내어 말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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