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있는데 일 안하는 남자들
“영화 속 인물들에 투영되는 홍상수의 철학, 영화 밖 사담에서의 세계관 등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지만 예민한 감수성과 다른 세계관을 지닌 예술가 곁에 있으면 행복하다. ”
빈 잔을 가지고 끝도 없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처럼 말씨름이나 하는 그들은 직업은 있는데 노동은 없다.
일하는 것도 좋지만, 만일 일을 한다면 단지 생활만을 위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없지. 모든 신성한 일이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빵과는 무관한 법이야. 생활을 위한 노동은 노동을 위한 노동이 아니니까. 요컨대 먹고살기 위한 직업에는 성실하게 매달리기가 어렵다는 의미지.
먹고살기 위해서니까 맹렬히 일할 생각이 일지 않을까? 맹렬히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성실하게 일하기는 힘들지.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고 하면 결국 먹고사는 것과 일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목적이라고 생각하나?물론 먹고사는 쪽이지.
그것 봐. 먹고사는 것이 목적이고 일하는 것이 방편이라면, 먹고살기 쉽게 일하는 방법을 맞추어갈 것일 뻔하지 않겠나? 그러면 무슨 일을 하든 개의치 않고 그저 빵을 얻을 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노동의 내용이나 방향 내지는 순서가 다른 것의 간섭을 받게 된다면 그러한 노동은 타락한 노동이라 할 수 있지.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고 하면."
성실: 정성스럽고 참되다. 맹렬하다: 기세가 몹시 사납고 세차다
공부가 가장 깨끗해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책이나 읽읍시다. 세상이 이렇게 썩어 버리면 우린 책으로 들어가야 해요. 책뿐이 없어요."(옥희의 영화)
과거에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기억이 이번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얹게 만드는 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