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하는 자가 진 것이다
ㅡ형식들과 더불어 삶을 살며....형식들이 제 몫을 다하는 자리에서마다 인간의 현재는 유지되고, 형식들이 무너지는 자리에서마다 인간의 과거가 드러나며, 형식들을 넘어서려고 애쓰는 자리에서마다 인간의 미래가 손짓한다. ('내 앎은 내 것이 아니다' 620쪽)
없소. 그래도 기분은 좋소. 이게 나요. 달걀이 손가락과 바꿀 만큼 안 다쳐야 했겠지만 검이 옛날처럼 빠르지 못했소. 옛날에 검이 빨랐던 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대가를 바란 적은 없소. 난 안 변할 줄 알았는데 부탁을 받는 순간 내가 변했다는 걸 느꼈소. 난 거절했소. 당신이 거절했을 테니까. 내게 실망했소. 당신과 지내면서 나는 나를 잊어가고 있었소. 당신처럼 되기는 싫소. 내가 아는 구양봉은 계란 하나에 목숨 걸지는 않을 테니까. 그게 우리의 차이요.
친절하게 굴거나 배려심을 발휘하거나 너그러운 행동을 하려면 시간과 에너지. 때로는 돈까지 필요하다. 따라서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대가를 치른 대신 다소 신경화학적인 보상을 받게 되고, 인간사회를 움직이는 바퀴에는 약간의 기름칠이 더해지는 것이다. (클루거. 敬, 또 하나의 집중)
‘사람들은 좌절하면 자기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모용언과 모용연은 두 개의 모습을 지닌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의 정체는 상처받은 사람인 것’이다.
(동사서독-구양봉의 대사)
ㅡ과거의 사적 요인들에 떠밀려 쾌락/불쾌의 장면을 강박적, 충동적으로 재연하기보다 미래를 향해 이를 주체적, 창의적으로 연기하거나 일매지게 계획하는 능력은 인간의 생산적 활동에 동원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코드다. (66쪽, 집중이란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은 오직 사람 마음이라-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대 마음이 움직인 것일 뿐이다.
마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직 그리 많지 않다(100쪽, 집중과 神)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기억난다! (동사서독)
봄날이 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아무도 살아내지는 못한다
. (김영민, 『봄날은 간다』)
집중 그 자체가 능사는 아니다. 인생은 봄날처럼 짧으니 이 짧음을 도외시한 채 자신의 에너지를 분방하게 낭비할 순 없지 않겠느냐 (90~91쪽, 노동과 집중)
애착 혹은 이에 따르는 섣부른 동일시는 대체물을 얻지 못하리라(못했다)는 불안과 우울, 혹은 욕망의 대상을 대체하지 못하는 일종의 무능력과 관련되는 증상이다.....바지에 붙으면 좀체 떨어지지 않는 껌과 이몽룡을 일편단심으로 고집하는 춘향이.....와 로미오들의 행위에는 마침내 맹목에 이르기까지 텅비어버린 충실성이 자리한다....선택했다는 바로 그 사실 탓에 그 사실을 선택 이상의 불변침변의 도그마로 굳혀버리는 것. (14쪽, 애착)
현실의 욕망이 요구하는 대상에 코를 박고 살아가는 대신, 지금 여기에 없는 현실적 공허를 생활의 중요한 벼리처럼 기대하고 살피고 집중하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서! (44쪽, 식탁의 인류학)
“무공 고수도 밥은 먹어야지. 배는 또 금방 고파지지. "
돈을 받고도 세지 않는 사람은 그 돈을 금방 다 써버린다. 하지만 홍칠은 자세히 세었다. 이런 사람은 내 곁을 곧 떠난다는 걸 나는 안다. 내가 그에게 신발을 사준 것은 신발을 신은 검객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