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원 Apr 28. 2024

자전거 페달 밟은 날

1980년대 부산으로 떠나다.

1970년 대 후반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5년 때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내가 처음으로 자전거를 배웠던 때이다.


당시 우리동네에 자전거는 쌀집 밖에 없었다.

그래서 쌀집 가게 형은

부모님 일을 돕느라 일찍부터 자전거를 탔다.

물론 그 형이 타던 쌀집 자전거는 

짐 운반 목적으로 만들어져 

자전거를 좀 탈 줄 아는 사람이 타기에도 버거웠다.

자전거 자체가 워낙 무겁고 또한  

핸들을 조작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자전거를 형은 

형이 중3때 부터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를 갖고 있는 쌀집 형이 부러웠다.

그래서 

가끔 형이 타는 자전거 뒷 자리에 앉아 

자전거를 타는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자전거 종류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갖고 있다는 것이 부러운 시절이었다.

쌀집 형이 타던 자전거

제민한의원 가족분들과 

이웃사촌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는 덕에 

나는 종종 제민한의원 할아버지 따님인 

이모네 집으로 자주 놀러 갔다.


우리 동네에서 놀다가 

아랫동네에 이모네 집에 가는 이유는 

이모네는 나와 동갑 친구가 있었다.

이모는 슬하에 1녀 2남이 있었는 데

나를 기준으로 

누나, 동갑 친구와 남동생이 있었다. 

이모집은 우리 집 보다 놀꺼리가 많았다.

특히 동갑 친구와 남동생 그리고 나,

우리 3명 자주 놀았다.


어느 날 동갑 친구는 자전거를 선물 받았다.

나에겐 정말 부러움이었다.


그 부러움을 이기기 위해 난

이모에게 무턱대고 가서 친구가 없을 때

내가 자전거를 타도 되냐고 물었다.

이모는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

나는 이모의 허락을 받고 매일 이모집에 갔다.


친구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살폈다.

친구가 집에 있는 날이면서 자전거 연습하러 갈 때 

나는 친구가 타는 

자전거 뒷 안장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해 여름 방학 때 친구가 친척집에 가게 되었다.

나는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있는 

절호에 기회를 얻게 되는 순간이었다.


친구가 친척 집으로 간 다음 날부터

나는 매일 아침에 이모집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 연습하던 장소

사진 속의 골목길 왼쪽은 완만한 경사가 있어서

자전거 연습하기 정말 최적의 장소이다.

이 골목에서 먼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면서

중심 잡는 연습을 했다.

누군가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가 없어서

나는 자전거를 경사진 골목에서 내려가면서

혼자 중심 잡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3일이 되던 날

수십 번 넘어지고 무릎이 까이면서 

자전거 중심을 잡고 핸들을 조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페달에 발을 올려 

자전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의 감동은 정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너무도 행복하고 기뻤던 순간이었다.


사진 속의 두 갈래 길은

골목 끝에서 대로와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두 갈래의 골목길은 

마치 자전거 트랙처럼 연결이 되어 있어

자전거를 힘껏 밟으며 이 골목을 수십 바퀴 돌았다.


당시에는 골목에 자동차가 없어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자전거는 나에게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했다.


하고 싶었던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묵묵히 꾸준히 했던

내 모습을 저 골목에서 보게 되었다.


방황의 길목에서 

두 갈래 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 중년에게

자전거를 혼자 배워 타던 소년은 말한다.

길 끝은 연결되어 있다.

어느 길을 가던 연결된 길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연결된 길까지 가기 위해

스스로 하고 싶고, 목표한 것을 위해 몰입해야 한다고...


그렇게 중년의 나는 

국민학교 5학년 나에게 훈계를 받고 길을 걸었다.


중학교 때 탔던 자전거와 동일 모델


내가 중학교 입학하던 날

부모님은 나에게 입학 선물로 중고 자전거를 사주셨다.

나는 그 자전거를 3년 내내 타고 다녔다.

간절함으로 얻은 소중한 것은 자산 이상에 가치가 있음....




이전 08화 눈썰매 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