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미국 시민이 되다.- II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본 내용은 실존 인물의 삶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실명 부분은 약어 처리하였습니다.

한국인으로 미 정보부에서 1988년부터 10년 동안 근무하신 분의 경험을 재구성하여

1인칭 시점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권 시험도 선서도 필요 없이 졸지에 미국 시민권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나름 이 상황의 진위 여부를 위해 대한민국 총영사관을 찾아갔다.

영주권을 수령하면 한국에서는 외무부에 해당 국가에서는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찾아가 ‘R’로 시작되는 여권번호를 가진 대한민국 여권을 새로 교부받아야 한다. 시민권자가 되면 원칙적으로는 신고를 해야 하나 안 하는 사람도 많았던 때였지만 나는 내 미국 여권을 테스트해보기로 하였다.


나는 뉴욕에 위치한 대한민국 총영사관으로 갔다.

나의 대한민국 여권과 미국 여권을 제출하고 시민권 취득 신고서를 받은 총영사관 직원은 제출된 여권과 서류와 나를 여러 번 번갈아 보며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한 후 내 서류 일체를 들고 어디론가 가 버렸다. 얼마 후 내 서류 업무를 보는 직원이 돌아와 나를 다른 사무실로 안내하였고 그곳은 어느 영사의 사무실이었다. 영사는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나를 유심히 관찰하였고 나는 일 년 전 거주자 여권을 신청하여 발급받았고 이유야 어떻든 시민권 취득으로 국적 변경을 신청하러 왔는데 무슨 문제인지를 역으로 물어보았다. 담당 영사는 ‘서류상 문제는 없다’ 고 하였다. ‘미국 여권에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영주권을 받은 시간과 시민권을 받은 시간이 문제가 되지만 미국 여권에 하자가 없는 이상 본인이 관여할 업무가 없다’라고 하였다.

다만, ‘만나보고 싶었다’ 고 하였다. 같은 민족이라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최초로 대한민국 사람에게 내 신분증을 제시하였고 내 입장에서 보안 관계상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영사는 이해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내 관련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해 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이 영사는 이후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접촉했었던 유일한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다.


Photo by Isabella and Zsa Fischer on Unsplash

내가 시민권자가 된 후

첫 번째로 변경된 것은 보안 등급 상향과 호봉 인상이었다.

충분한 당근이 주어졌고 그에 준하는 의무와 책임도 따랐다. 9주간의 또 다른 교육과정을 이수하여야만 하였고 내 인성과 사상에 대한 조사를 위해 무려 6개월 동안 나의 이웃과 친구들을 비롯 주변 인물들과의 자연스러운 인터뷰가 지속되었다.

2주마다 오픈되는 내 은행계좌에 20달러 이상의 선물이나 식사를 제공받았을 때 그 대상과 경우를 제출해야 했다. 보안 등급 상향에 따라 Confidential - Secret - Top Secret로 이어지는 보안 등급 중 ‘Secret’까지 다룰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사무실 내에 나의 독립적인 방이 생겼고 Handler 업무보다는 동료들이 Carrier들을 통해 넘겨준 저장장치의 내용들을 분석하는 일이 많아졌다.

전체적인 내용이 아닌 일차로 분석된 내용들이었다. 내가 주로 한 업무는 국방부와 관련된 내용 들에서 전투와 비전투 부분으로 나눈 후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는 일이었다. 동료들의 부러움과 시기 어린 농담도 많았지만 그들은 내 업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했고 반대로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나의 새로운 업무도 익숙해지겠지만 친숙하지 않은 낯선 단어들과 줄임말과의 전쟁이었다. 지원 업무의 성격이 강했던 업무라 사무실 근무와 가끔 펜타곤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전부였던 내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동료들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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