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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여여 Aug 19. 2021

9화 집을 짓고 구들을 놓다.

어린 목수, 어정쩡한 조수

난생처음 잡아보는 공구, 작업복 차림새로 삼촌과 함께 창고를 철거하고 다시 짓는다. 닭장과 뭉치(강아지) 집도 만들고 남은 부자재로는 신발장을 만든다. 겨울이면 땔감으로 쓸 나무를 톱질해 한편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이렇게 간단히 표현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몸을 쓰는 일, 나는 어느새 목수 삼촌의 어정쩡한 조수가 되었다.


삼촌 가족은 이전에 살던 할머니 집 그대로의 모습에서 약 2년가량을 사셨다. 물론 나도 함께 말이다. 일자형 구조의 방 3개, 화장실 하나, 기둥이 박힌 거실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거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인 주방 겸 다이닝룸, 전체적인 층고가 낮은 집이었으며 아늑한 보금자리였다. 바깥일은 텃밭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보금자리를 개선시키는 일이기도 하였다.

일자형  옆엔 소를 키웠던 우막과 구들방  개가 있었다.  방들은 옛날에 불이   쓰지 않게 되셨다고 한다. 여름엔 먼저 못쓸  같은 방을 터서 정자로 만들었다. 그곳에서 밥도 먹고 낮잠도 자며 여름을  보내다 겨울이 되니 뜨끈한 방이 필요했다.  방식으로 흙과 나무로 지어진 , 구들이 있어 방에 불을  수도 있었다.  보수에 들어가며 먼저 흙에 지푸라기 등을 섞어 만든 진흙으로 연기 나는 구멍을 메꾸었다. 나는  작업을  여러  반복했다. 삼촌은 구들을   뚫어 불을  연기가 세는지  세는지를 확인했다. 그다음 방안 바닥과 벽에는 찹쌀풀을 만들어 바르고 마르고를 반복해 1,2차로 초배지와 한지 도배 작업을 해줬다. 마지막으로 조명을  안쪽에 달았더니  겨울을 충분히 보낼  있는 방하나가 완성되었다.


나는 그 방에서 한 겨울을 보냈다. 한지 문살 창이 매력적이었던 방은 밤에 불을 켜면 옛 시절 초가집에 호롱불 켜진 것처럼 선비 집 같은 느낌도 났다. 자기 전 불을 때는 일이 필수가 되었고 새벽이면 찬 공기가 슬며시 찾아와 방바닥은 따뜻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삼촌은 근처 폐교에서 버려지는 자재도 가지고 와 이것저것 뚝딱 만드실 줄 아는 금손이셨다. 그 곁에서 이것저것 보조하다 보니 어느새 톱질 폼은 좀 나온다. 얼마나 많은 꾸중을 듣고 몸을 썼는지. 몸을 쓰면서 내 몸을 알게 되고 요령이라는 것이 생긴다.


집은 살아보며 짓는 거라며 사계절을 두어 번 보내신 후 드디어 집을 어떻게 짓겠다는 마음을 다잡으셨다. 그 사이 우리가 살던 집 터를 조금씩 정리했고 우리는 잠시 읍내에 살며 이곳을 일터 삼아 출근했다. (엉성한 조수는 출근하기 싫지만 한마음 챙겨 집을 나선다.) 내가 겨울을 보냈던 집도 철거하고 다시 새로운 집을 짓는 작업에 돌입했다. 설계도가 완성되고 집 구조물이 착착 올라가고 점점 집의 형태가 갖춰지더니 안방엔 구들을 쌓게 되었다. 구들방에서 잠자기나 좋아하지. 구들을 놓는 작업은 엄청난 일이었다. 서툴지만 삼촌께선 연구를 계속하셨고 온 가족이 동원되었다. 돌과 흙을 나르고 쌓고 다지기를 반복하며 아침 눈 뜨고 삼시 세 끼를 먹으며 집 짓는 일에 몰두했다. 작은 일도 여러 번 반복하면 완성된다고, 구들에 불을 피워봤는데 그 결과는 바닥이 점점 갈라져 보수 작업을 했다.


문제는 바로 이 시점이다. 삼촌께선 빨리 뜨거워지지도 않고 더 괜찮은 방식을 공부하셨다며 구들을 다시 놓자는 말씀을 하셨다. 어렵세 말을 꺼내셨겠지만 엉성한 조수와 식구들은 경악했다. 지금껏 열흘 내내 비도 맞고 손과 허리가 힘들 정도로 이걸 했는데! 열심히 다져놓고 다시 부숴야 한다니... 말문이 막혔지만 어느새 흙을 다시 깨부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번 더 고생하고 더 나은 집에서 사는 것이 났지!” 그날부로 우리는 흙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출퇴근이 아니라 집 한편에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가득 쌓인 흙 옆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게임도 했다. 다시 흙을 나르고 개어 이어 붙이고를 반복하며 흙이 이렇게 무거웠던 건인지 손과 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요즘 집들은 단숨에 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빠름 속에서 집 지으며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들을 놓치진 않는지, 비록 남들보단 오래 걸렸을지 몰라도 이 집을 짓고 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곳들이 우리의 손을 거쳤기에 사연이 참 많다. 돌 하나 쌓다 딴생각하면 좀 요상하게 놔지기도 하고 누가 “여긴 왜 그래?”라고 묻는다면 그 순간을 떠올리며 말할 수 있다. 나의 노동력이 담긴 이 집엔 집뿐만 아니라 뿌듯함과 기쁨 그리고 소중한 추억이 나에게 남았다. 아마도 오래도록 내 기억에 머무르지 않을까.


*구들 : 고래를 켜고 구들장을 덮어 흙을 발라서 방바닥을 만들고 불을 때어 난방을 하는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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