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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복 Nov 05. 2019

뜬 구름 잡는 개념은 손에 잡히도록 표현한다

지식의 저주에서 빠져나오기, 제8원칙

후배가 자료를 작성해서 선배에게 보냈다. 선배는 이 자료를 조금만 수정하면 훨씬 더 좋은 자료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후배에게 피드백을 준다.   “어제 보낸 자료 말이야. 수정할 부분들이 있는데 고치는 게 좋겠어.”


“네, 알겠습니다. 어떤 부분을 수정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피드백을 주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방식을 보자. 

“두 번째 슬라이드에서 과제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명확하지가 않아. 듣는 사람들이 ‘와!’라고 ‘가슴 깊이’ 느낄 만한 표현을 사용해봐.” 
“네? 와! 가슴 깊이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잘 고쳐봐.” 


후배는 과연 선배가 말한 대로 따라 할 수 있을까? 아마 선배가 생각하는 ‘가슴 깊이’의 의미를 추측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말 대신 이렇게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말을 한다. 

“두 번째 슬라이드에서 과제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경쟁사의 동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 예를 들어, A 경쟁사가 지금 이 과제와 관련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B 경쟁사는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면 이 과제가 왜 중요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후배는 선배의 피드백을 쉽게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선배는 추상적으로 피드백을 주어서 후배가 무슨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반면에 두 번째 선배는 후배가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하면 말을 길게 또는 많이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의 본질은 두리뭉실하고 추상적인 용어가 아니라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명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가 당신의 말을 듣고 “완전히 이해했습니다”라는 말을 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상대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면 당신의 표현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 예시를 들어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좋은 방법은 예시를 들어주는 것이다. 추상적인 설명이 계속되면 상대방은 ‘구체적으로 어떻다는 말이야?’라고 의문을 품는다. 이때 구체적인 예가 제시되면 ‘아아, 바로 그런 것이었구나!’라고 알게 된다. 


다음 예를 보자.

엄마와 고등학생 아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해 엄마는 속이 상해 있다. 엄마는 아들에게 “친구를 골라서 사귀어라.”, “상담 치료를 받아라.” 등 많은 주문 사항을 쏟아낸다. 이야기를 끝내면서 

“너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해 봐? 네가 원하는 게 뭔데?”

“‘옛날이야기’ 꺼내지 마세요.”

“‘옛날이야기’를 꺼내지 말라는 게 뭔지 구체적인 예를 말해봐?”

“한번 혼냈던 것을 또 꺼내지 말라는 말이에요. 어제는 내가 친구 만나고 늦게 들어왔는데 이전에 늦게 들어온 이야기까지 들추어내면서 야단을 쳤잖아요. 현재 늦게 들어오는 것만 가지고 야단을 치세요.” 


‘옛날이야기’라는 추상적인 말이 아들의 예시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당신은 고구마 찌는 법을 설명할 때 “고구마가 적당히 익으면 꺼내세요.”라고 말하는 ‘적당히’ 스타일인가, 아니면 “고구마를 젓가락으로 찔러서 잘 들어가면 꺼내세요.”라고 하는 ‘구체적’ 스타일인가? 만일 ‘적당히’ 스타일이라면 지식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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