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복 Nov 06. 2019

지시는 제대로 내린다

지식의 저주에서 빠져나오기, 제9원칙

김 팀장은 속이 새까맣게 타는 듯한 기분이다. 사장이 지시한 사항에 대해 내일 보고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보고서를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박 과장에게 맡긴 분석 자료를 보니 방향이 잘못되어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박 과장이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일을 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김 팀장: 시간을 일주일이나 주었는데 이렇게 분석을 하면 어떻게 하나? 

박 과장: 팀장님께서 이렇게 하라는 줄 알았습니다. 

김 팀장: 중간에 한번 와서 나와 얘기를 했어야지. 확인도 안 하고 혼자 마음대로 하면 어떻게 해!

박 과장: (꼬박 일주일이 걸렸는데 잘못되었다니… 허망한 마음뿐이다.)

김 팀장: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내가 하는 건데… 분통이 터진다) 

위의 대화에서 진짜 무능한 사람은 누구일까? 박 과장일까? 아니면 팀장인 당신일까?


지시를 한 사람과 지시를 받은 사람 사이에 가끔 일어나는 상황이다. 지시를 한 사람은 ‘알아 들었겠지!’라고 생각하고, 받은 사람도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시를 받은 박 과장은 잘못된 일을 열심히 한 셈이다. 몇 날 며칠을 준비해서 20~30페이지의 자료를 만들었지만 상사는 첫 페이지부터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런 상황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직장 내 소통에서 지식의 저주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면 평소 아무리 관계가 끈끈해도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지시를 하거나 받을 때 의도가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사실 지시자와 지시받는 사람 간에 100% 정확하게 소통이 일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시가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는지, 또는 자신이 지시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 또한 상대가 오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이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알기 쉽게 설명하지 못해서라는 것을 마음속에 담고 산다.  


지식의 저주가 자주 일어나는 상황 중 하나는 업무를 지시할 때이다. 업무 지시를 할 때 대개 상대방에게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내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말 뜻을 상대방도 다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시 상황에서 발생하는 지식의 저주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확인하는 것이다. 왜 하는지,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언제까지, 무엇을 하면 좋은지를 지시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확인하는 것이다. 


박 차장은 서로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의 경험을 통해 설명한다.  

“나는 회사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과제’를 지도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 번은 과제를 이해하고자 담당자에게 고객이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하면서 경험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그려 오라고(프로세스 맵핑) 지시했습니다. 그리는 방법을 직접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해 주었고 담당자는 이해한 듯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에 그는 내가 화이트보드에 예시로 그려준 프로세스를 그대로 그려서 가지고 왔습니다. 헉~. 순간 허탈해서 왜 그렇게 가지고 왔는지를 물어보니, 의아해하며 ‘차장님이 그린 것을 그대로 파워포인트 형식으로 그려가지고 오라는 말씀 아니었나요?’라고 하더군요. 


이 순간 소통은 내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쉬운 말로 간결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고, 상대방이 내가 의도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꼭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에게 ‘내가 그 과제의 프로세스에 대하여 알고 있어야 명확하게 과제 지도를 할 수 있으니 개선하고자 하는 과제의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그림으로 그려 오세요.’라고 말하고, ‘내가 말한 내용을 이해했나요?’라고 한마디만 더 했더라면 1주일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겠지요.” 


이렇게 확인을 하면 지시 상황에서 지식의 저주는 쉽사리 막을 수 있다. 

확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팁 중 하나는 '선다운 룰(sundown rule)'이다.





* 선 다운 룰로 상사의 뜻을 파악한다


지시 사항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은 ‘선다운 룰(sundown rule, 일몰 룰)’이다. 업무 지시를 한 후 상대방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을 간단히 정리해서 그날 해가 지기 전에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방향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서로 확인한 후 업무를 계속 진행하도록 한다. 지시를 받는 사람도 이 방법으로 지시 사항을 적극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철강회사의 김 부장은 업무 지시를 받으면 지시 내용을 토대로 대략적인 업무 방향을 한 페이지로 정리해서 2시간 이내에 상사를 다시 찾아가 협의한 후 일을 한다.  상대가 기대하는 결과물 이미지를 간단하게 만들어가 지시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