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이, 와이파이 없이, 학교 없이
2022년 12월 우리 가족은 캐나다에 왔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말했다.
"캐나다라니 너무 좋겠다. 근데 캐나다 어디로 가?"
"윈저라던데, 토론토에서 4시간 떨어진 조그만 도시래."
감사하게도 남편의 발령으로 인해, 우리는 캐나다에 왔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바쁘게 준비를 하고 넘어왔다.
도착해 공항을 나서자마자 뼈에 사무치는 추위에
두꺼운 잠바를 장만해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설레는 맘을 가득 안고 도착한 캐나다.
그런데 도착한 날부터 하늘은 잔뜩 흐렸다.
그래서였을까?
쌓인 눈도 없던 겨울의 캐나다 소도시의 첫인상은
그냥 참 멋없고, 초라했다.
한 달 먼저 도착한 남편이 우리에게 윈저 최고의 번화가라고 보여준 쇼핑몰은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이 있어도, 어딘가 촌스럽고, 부족해 보였다.
그렇다.
아들이 기대한 캐나다는 순록이 돌아다니고 지붕까지 쌓인 눈의 나라였고,
내가 기대한 캐나다는 TV속에서 보던 밴쿠버와 토론토, 그리고 도깨비의 퀘벡 같은 곳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윈저는
캐나다 최남단이라 눈은 잘 없고, 산도 없어 순록은 기대도 할 수 없는 동네였다.
높은 건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었으며
상점들의 외관이며 내부의 데코는 하나 같이 세련되지 못한
캐나다의 소도시였다.
나중에 1년을 살고 보니 매력 덩어리 도시인데
첫인상은 너무나도 구렸다.
좋지 않은 첫인상에 더 영향을 끼친 것이 있었다.
우리가 없어도 너무 없었던 것이다.
일단 우리가 살 집이 정해지지 않아서
임시 숙소에 머물렀다.
그러다 보니 두 가지가 같이 없었다.
와이파이가 없었고,
정해진 거주지가 있어야지 보낼 수 있는 아이의 학교가 없었다.
그래서 1월 학교가 정해지기까지
12월 동안 아이와 나는 데이터 난민과 같은 삶을 살며
24시간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최악의 삶을 살았고,
거기다가 더 해 차 없이 2주 정도를 있었다.
캐나다 소도시에서 마트 하나를 가더라도
차로는 5분 거리라면 걸어서는 30분이 걸린다.
가는 길의 풍경이라고는
계속 주택이다.
주택을 헤치고 30분을 걸어 나가야 마트와 상점이 모여있는 곳에 닿을 수 있다.
차가 없다.
그렇다면 장도 무겁게 보지 못한다.
캐나다에서 차 없이 산다는 것은
정말 챌린지 수준이다.
왜! 북미 친구들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학생들이 운전하는지,
왜! 북미의 학생들이 노란색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 지를 몸소 깨닫게 되었다.
어떤 이유로 북미 자동차 시장이 큰지 와보니 바로 알 수 있었다.
자동차가 없으면 절대 안 되는 땅덩이의 나라
거대한 북미 대륙이다.
다행히 2주 뒤 우리에게는
차가 생겼다.
삶의 질이
20000배 좋아짐을 느꼈다.
차가 생기니
한국마트에도 장을 보러 갈 수 있었고,
동네를 벗어나 강변에 가서 아름다운 옆 도시,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의 전경도 볼 수 있었다.
없던 삶에서 하나씩 뭐가 생기니
다시 기운도 나고, 재미도 있어졌다.
이제는 아이의 학교를 더 열심히 알아볼 차례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2023년 현재
윈저를 사랑하며 잘 지내고 있지만,
첫인상은 그랬었다는 거다.
안 좋았던 첫인상 중에서도
윈저강변에서 바라본 디트로이트 풍경은
우리 가족이 북미 캐나다에 왔음을 만끽하게 해 주었고,
이곳은 여전히 우리 가족의 이 도시 최애 장소이다.
윈저 강변에서 바라보는 디트로이트 다운타운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