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변화로 노동력이 언제 얼마나 감소할지, 생산성은 어떻게 변화할지, 어떤 부문에 어떤 형태의 노동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지, 이러한 불균형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면, 인구변화가 개인, 기업, 산업, 국민경제 전체에 가져올 충격을 바르게 예측하고 이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머리말 중 - 이철희
인구감소로 인한 사회문제에 대한 각종 전망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중년을 지나 노년을 맞을 4050 세대는 일자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입니다. 노년의 삶의 질은 양질의 일자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를 올바로 이해하는 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출발선이 될 테니까요. 이제까지 걸어온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걸어보겠다는 각오가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일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내려놓는 것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손에 쥔 걸 내려놓고 빈손이 됐을 때 무엇이든 쥘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빈손이 되는 건 두렵습니다. 수십 년 해온 일을 포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니지요. 손에 든 걸 내려놓을 때 불안과 막막함이 스스로 기회를 빼앗기도 합니다. 자칫 이제까지 쌓아온 것조차 물거품이 될까 싶은 마음이죠. 이마저도 없으면 남은 인생이 더 막연하다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수십 년 해온 일이니 이제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죠. 도전해 보지 않았다면 언젠가 더 크게 후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도전의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적어도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일은 없겠죠. 정작 도전해 보니 별게 아닐 수도, 평생 찾던 일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느 경우이든 도전했을 때만 알 수 있습니다. 도전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몰랐던 가능성을 발견하고, 숨겨두었던 끼를 꺼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마흔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을 원해서 무작정 뛰어들었습니다. 재능이나 실력을 생각했다면 아마 시작할 엄두 내지 못했을 겁니다. 길게 봤습니다. 지금은 보잘것없는 실력이지만, 시간이 지나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 그래도 봐줄 만할 거로 믿었습니다. 그 시간은 결코 낭비이지 않을 테니까요. 설령 괜찮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지 못해도 남은 인생은 반듯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꼭 유명해져야만 잘 산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기만족, 스스로 행복해하면 그게 잘 사는 인생 아닐까요?
그러니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매일 조금씩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중입니다. 중요한 건 속도보다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어디를 목적지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스스로 정해야 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 주변에 널렸습니다. 각자 가치관과 목적을 갖고 읽고 쓰는 삶을 사는 이들이죠. 그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 분명한 색을 가질 필요 있습니다. 그래야 같은 무리 속에서도 돋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나이 들어서도 '나'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정체성은 누가 정해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찾아죠.
똑같은 교육을 받고 비슷한 일을 하며 청춘을 보냈습니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만의 색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꽤 괜찮은 3040대를 지나왔을 겁니다.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고 개발하면서 말이죠. 저마다 그에 필요한 노하우를 하나쯤 가졌을 겁니다. 그 기술을 써먹을 때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과정도 필요하고, 이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그때부터 차별화 기술이 들어가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지난 8년 동안 매일 읽고 쓰기를 이어왔습니다. 그 사이 간헐적 단식으로 체중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저만의 방법을 만들어 왔습니다. 또 매일 일기를 쓰면서 왜 써야 하고 어디에 좋은지 주변에 전파해 왔습니다. '10분 글쓰기 = 김형준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서요. 4년째 술을 끊었고 어떻게 하면 이를 지속할 수 있는지 방법도 정립했습니다. 금주가 필요한 이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게 말이죠. 무엇보다 중년 이후 다른 인생을 바라는 이들에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도움을 주는 건 저에게는 평생 사명입니다.
앞에 적은 것들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시간을 두고 꾸준히 노력했을 때 성과가 나는 것들이죠. 이런 성과들이 저의 색을 갖게 할 것입니다. 같은 무리 안에서 나라는 정체성이 되어줄 장치인 거죠.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시작하고 꾸준히 하는 사람이 특별해지는 겁니다. 노력이 주는 보상으로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갖게 되죠. 무엇이든 시도하는 게 먼저입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남들에게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만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게 아닌, 단 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도 충분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만의 색이 없었을 땐 불안했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막막했었습니다. 지금은 덜 불안합니다. 꾸준히 해온 것들이 저의 정체성이 되면서 말이죠. '적어도 나는 이건 할 줄 알아', '이것만큼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거라도 스스로 만족한다면 불안의 크기는 줄어듭니다. 줄어든 불안만큼 할 줄 아는 것도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내가 있어야 할 곳도 자연히 찾아지지 않을까요? 남은 인생을 보다 근사하게 보낼 수 있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