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27. 07:30
모든 스포츠는 기록 싸움입니다. 상대보다 많은 점수를 내는 팀, 1초라도 빨리 들어오는 선수, 1점이라도 더 나은 평가를 받아야 이길 수 있습니다. 1점을 더 얻기 위해, 1초라도 줄이기 위해 온갖 과학이 동원되고 기술을 집약시킵니다. 이런 노력의 이면에는 공정한 경쟁이 숨어 있습니다. 철저한 연습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상대 선수를 이기겠다는 마음이 출발선입니다. 간혹 유혹을 못 이겨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승리를 차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게 무엇일까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그중 '비교'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녔던 3년 동안은 경쟁이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나보다 잘하는 친구가 있었지만 굳이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내가 배운 만큼 내 실력대로 시험을 봤습니다. 3년 내내 중간 등수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현상 유지만 했습니다. 그 당시 친구는 경쟁의 대상이 아닌 좋은 건 나누고 즐거운 건 함께 하는 사이였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만 즐겁게 지냈다면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같은 3년을 다른 학교에서 보낸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또 다른 세상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매번 시험마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내 앞에 친구를 넘어서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합니다. 따라잡히기라도 하면 좌절하기도 합니다. 매 순간을 살얼음판을 걷었다고 합니다. 친구는 우정을 쌓는 대상이 아닌 경쟁 대상일 뿐입니다. 물론 지나친 비약일 수 있습니다. 게 중에는 평생의 친구를 사귀기도 합니다. 반대로 고등학교 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인생이 달라진다고 여긴 친구들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3년을 보냈을 겁니다. 이런 이들에게 친구는 그저 경쟁과 비교의 대상일 뿐입니다.
그렇게 치열한 3년을 보내고 원하는 대학을 갑니다. 대학을 가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취업을 위해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합니다. 취업을 해도 마찬가지도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평생 경쟁만 하다가 은퇴하게 되고,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에야 비교와 경쟁도 멈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쟁이 익숙한 환경을 살아온 이들도, 저처럼 경쟁에 덜 익숙한 삶을 살아왔어도 피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은퇴 이후의 이전과 다른 삶, 두 번째 인생입니다. 누구나 변화를 겪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젊음을 바쳤던 일에서 벗어나 조금 다르거나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저마다 목적지는 다르지만 출발은 같습니다. 이때 필요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비교와 경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2018년, 직장생활 15년 차였습니다. 은퇴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었을 때였습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직장에서 배운 기술이 은퇴 이후를 보장해 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수개월 책을 읽고 글을 쓴 덕분에 운 좋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았습니다. 15년을 배운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작가를 선택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잘하지 못했습니다. 잘하지 못한다는 걸 처음에는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나이도 있으니 성과를 빨리 내고 싶었습니다. 조바심이 났습니다. 조바심은 시야를 좁게 했습니다. 내 옆에 나보다 앞선 이들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들과 비교하니 나 자신이 보잘것없어 보였습니다. 잘못 생각했었습니다. 그때는 비교가 아닌 경쟁을 먼저 생각해야 했습니다. 이때의 경쟁은 상대를 밟고 서는 게 아닌 선의 경쟁을 의미합니다.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경쟁입니다.
비교를 멈출 수 있었던 건 제 자신을 인정하면서부터 였습니다. 당연히 부족하지만 반대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남은 인생이 대입처럼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니 말입니다. 멀리 보고 오래 달리겠다는 마음을 가지니 가능성이 더 보였습니다. 내 안에 가능성을 인정하니 비교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남들의 실력, 성과는 그들의 노력에 따른 거였습니다. 그들 못지않게 나에게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성을 믿은 덕분에 몇 권의 책도 낼 수 있었고,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두 번째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요즘, 제 주변의 사람들은 비교의 대상이 아닌 동지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1, 사춘기를 지나는 딸에게 경쟁과 비교는 아직 먼 단어 일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게 비교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필요합니다. 다만 한 가지만 말해주고 싶습니다. 비교보다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보라는 겁니다. 비교하면서 자신을 갉아먹기보다 경쟁을 통해 자기 안의 가능성을 끄집어냈으면 좋겠습니다.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생각처럼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의 정의조차 못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어렵다면 딱 하나,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만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친구들과 비교하고 밟고 서는 경쟁보다 서로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그 시간을 소중히 보내는 겁니다. 지금을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만들고 기억할 수 있다면 누구보다 당당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흔일곱에 사십춘기를 지나고 있는 내가 남들 앞에 당당하게 서는 것처럼 말입니다.
2022. 07. 27. 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