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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Feb 04. 2022

이제 그만...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 우리 이제 그만하자


그에게서 온 문자를 보는 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허'하고 삐져나왔다.


무언가를 그만둔다는 것은 더 이상 현재 상황을 유지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말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작이라는 것을 했고 노력이라는 시도를 했을 때 쓰는 게 적절하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그만'이라니 황당했다. 몇 번 만나보지도 않았고 나는 뭘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뭐가 안 맞으면 안 맞다 싫으면 싫다 얘기라도 했었으면 모를까 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통보까지 한 거다. 이 사람은 뭔가 싶어 화가 났다가도 하루라도 빨리 관계 정리가 되었음에 다행이다 싶었다.

Photo by Sookyong Lee

그만할 수 있는 것이 비단 연애뿐이랴.


그 대상이 공부가 될 수도 있고 돈벌이가 될 수도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할 수 있는 만큼, 할 때까지 해보고 더 이상 애쓰고 싶지 않거나 더 이상의 에너지가 없을 때 그것을 그만둔다. '실패'나 '포기'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다소 부정적인 상황 말이다.


나는 무언가를 그만두는 행위도 다른 형태의 '용기'요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꼭 다음 이벤트가 없더라도 최소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과거는 지나간 것에 불과하지만 오늘의 나를 만드는 하나의 소중한 퍼즐 조각이 된다.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되듯하던 일을 그만둔다고 그간 모든 과정과 노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이 멈추거나 무너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다른 방향, 다른 속도로 가는 것일 뿐.


리가 힘든 오늘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능성 한가득내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애쓰고 버티다 그것을 그만두는 용자들을 조용히 응원해본다.



끝이 없는 우주에 살고 있는 우주먼지 같은 존재가 무슨 짓을 해도 지구는 계속 돈다. 일이든 사랑이든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된다. 누가 뭐라 해도 내 마음 건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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