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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Dec 29. 2019

쓰다듬기

힘내라는 말 대신

누군가가 쓰다듬는다는 것은 '너를 향한 내 마음이 좀 그렇다.'는 뜻이라고 했다. 말로 다할 수 없어 그냥 쓰다듬을 뿐이라고. 행여나 말을 할래도 고작 입속말로 웅얼대다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그런 가슴의 언어 말이다


명언제조기 팽수가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보다는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그런 것이 너무 힘이 들어서 힘들다고 말하는 이에게 힘내라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힘내는 법을 알았다면 알아서 힘을 내고 헤쳐나갔을 테니.


사실 나 위로받는 것도 위로를 해주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다.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혼 끙끙 앓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위로를 해줄 상황이 생기면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럴 때 나는 어깨를 툭툭 치거나 등을 쓰다듬으며 얘기를 한바탕 들어주곤 조금만 더 버텨보자 말해주는 게 고작이었다. 무언가 더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할 줄을 몰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몇 번이고 얘기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내가 서른의 중반이 되어서야 누군가의 포옹에 엄청난 위로를 받는 경험을 할 때 즈음 그들은 그때의 내가 엄청난 위안과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내가 뭘 한 걸까.

Photo by Sookyong Lee

쓰다듬는 일.

볼 때마다 마음이 쓰이는 사람, 고맙고 미안한 사람, 힘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에게 손끝으로 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마음이 안 좋을 때 가슴을 연신 문지르듯이.



요즘 위로한답시고 말이 많아지는 나를 발견했다. 잘잘못을 따지려 들고 유사경험이 있다고 마치 다 이해하는 양 건방을 떨려고 꿈틀대는 나를 마주한다. 그럴 때면 '최소한 꼰대는 되지 말자' 되새기고 뱉어내려던 그 말을 꿀꺽 삼킨다. 특히 전화로 할 때 그런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쓰다듬질 못해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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