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었거나 나이가 서른 중반 즈음이 되면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감이 찾아온다.
이 일을, 이 분야를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Photo by Sookyong Lee
나는 그 순간이 조금 이르게 찾아왔다.
오랜 기간 공부했던지라일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평생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생겨났다. 고민에서 결정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석사라는 학력도 공공기관이라는 메리트도, 조금만 버티면 정직이 된다는 희망도 내 선택을 뒤집기엔 매력이 부족했다. 솔직히 미련이나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접어두었다. 더 늦으면 다시는 시도하지 못할 것 같았기에 기존의 안정된 것들을 모두 떨치고 전혀 다른 세계에 뛰어들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참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부럽다고.
난 대답했다.
그대들이 더 용감한 것이라고 나는 그대들처럼 버틸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해서 도망친 것이라고.
그들은 겸손이 지나치다며 받아쳤다. 나는 진심이었기에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내가 좀 더 나은 선택을 했다는 뉘앙스였으므로 그들의 말에 공감하는 양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마쳤다.
사실 내가 왜 용기 있는 사람이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도 그들도 모두가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누가 더 나은 선택을 했고 못한 선택을 했고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계속 버티며 살 것인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살 것인지 결국엔 내가 어느 것을 조금 덜 스트레스받으며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택이 뿐이었다.
비단 진로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지 정리할지 결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