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억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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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소설가의 이름

기억도둑

by Lamie Mar 21. 2025

그녀는 원고의 마지막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침내, 소설가의 이름을 알게 된다.


그 문장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끝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이 문장을 읽을 순간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문장은.”

그는 가볍게 손을 뻗어, 원고 위를 손끝으로 가볍게 쓸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숨이 멎을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가 손을 들어, 마지막 문장의 끝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문장 뒤에 이어지는 글자가,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종이에 잉크가 스며들 듯, 공백이었던 곳에 글자가 떠올랐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손끝이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

그 순간,

모든 기억이 폭발하듯 떠올랐다.

도시의 불빛이 깜빡였다.
 잿빛 하늘이 흔들렸다.

소설가의 이름.
 그것은,

자신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한순간, 숨을 쉴 수 없었다.

기억이 뒤섞였다.
 잃어버렸던 조각들이,
 지워졌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그녀는 이해했다.

이 이야기는,
 이 소설은,
 이 모든 기억은—

그녀 자신이 쓴 것이었다.

그녀는,

그 누구도 찾을 수 없었던 소설가였다.


( 다음 장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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