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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 주체의 힘

감성비가 대변해주는 시대의 흐름

by 권사부 Feb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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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집' 내가 사람들에게 이곳을 소개할 때 자주 쓰는 문장이다. 이곳에 가면 남다른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분들(사장님)이, 이 커피숍이 꼭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가득해진다고 할까.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요즘은 이런 곳이 유행인데 왜 그런 걸까. 앞으로도 이런 곳이 유행할까. 가만히 앉아서 커피숍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았다.


커피숍의 분위기와 사장님 두 분(연인)의 마음을 돋보이게 해 주는 것은 이 집의 커피 맛이다. 폴 바셋이 매일 아침 커피맛을 위해서 공복에 에스프레소를 마시듯, 이곳 사장님도 커피맛을 잡기 위해 매일 아침 공복으로 커피맛을 테스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만일, 커피맛이 잡히지 않으면 오픈전까지 쓰린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끝까지 맛을 잡아내는 집요함까지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성을 다한 사람의 결과물이 어찌 나쁠 수가 있겠는가.


아마도 전체 손님 중 단골손님이 70%는 될 것 같다. 단골손님들과의 대화는 일상적인 이야기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상 이야기는 소소하게 여느 커피숍과 비슷하다. 하지만 커피 이야기는 레벨이 조금 다르다. 마치 고급 위스키 바에 앉아서 숙련된 바텐더와 위스키를 좀 아는 사람들이 논하는 것처럼 맛, 원두 지역, 향 등 디테일한 영역을 이야기한다. 듣고만 있어도 커피에 대한 지식이 쌓이는 정도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오는 손님마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장님들의 모습, 특별한 나이키 슈즈의 주인공은 외국인 단골손님>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맛도, 향도, 뭣도 모르고 브랜드 명성에 홀려서 커피를 마시던 시대가 아니다. 필자는 약 10여 년 전 커피 브랜드에서 슈퍼바이저로 잠시 일한 적이 있다. 그때를 회상해보면 이런 풍경은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당시에 사람들이 커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마치 브랜드 대변인들의 토론 같은 느낌이 강했다. 커피빈과 스타벅스의 대변인들이 주류 행세를 했고,  맛을 논하긴 했지만 고소함, 탄 맛, 신 맛 같은 혀에서 느끼는 1차원적인 맛에 대한 논쟁이었다. 브랜드가 만들어 낸 소비자 경험 전략에 흠뻑 빠진 충성 고객들의 논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는 아니었다. 커피 시장이 무르익을 때쯤 가성비 좋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생기기 시작했고 커피 시장 안에 또 다른 시장이 형성되었다. 이때가 우리나라의 가성비 시장의 개막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가성비가 아닌 감성비의 시대라 한다. 감성비는 가격보다는 정서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대형 브랜드에게 무작정 충성하는 현대적 사대주의 시대를 지나, 나름 합리적 독립 체계를 확립한 가성비 시대를 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무조건 저렴하고 사이즈가 커야 했고, 그런 커피를 파는 커피숍이 최고의 창업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늘 그러하듯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성장한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맛과 향을 찾아 떠나고, 비록 거리가 조금 있더라도 만족감을 주는 공간으로 발길을 돌린다. 예전에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람들만 감성비를 챙겼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물질의 풍족함이 주는 감성비는 허세에 가까웠지만 마음의 풍요로움이 주는 감성비는 진정한 자신을 챙김에 사용된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고 표현하는 게 더욱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겉치레가 중요했던 지난 세대들의 역할놀이는 막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가면을  자신 보다, 가면을 벗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세대들의 시대가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봤을 때는 자기밖에 모르는 옹졸한 개인주의 집단으로 보이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 세대는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가는 힘이 기성세대보다 강한 세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독립적인 주체의 힘은 이기심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진정한 이타심으로 발현된다. 독립적인 주체는 무조건 타인이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생각이란 것을   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남을 위한 배려심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노자(老子)는 도덕경 2장에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을 아름답다고 알면 추하다 했다.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은 결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 시대가 그렇다. 모두가 멋지다고 하는 것을 우리는 비로소 멋지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을 따라가지 않으면 손가락질하던 시대를 드디어 탈피한 것이다. 진정한 선도국가행 열차에 올라 탄 느낌이다. 그래서 난 지금 이 세대들의 시대가 마음에 든다. 지금보다 더 개인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작은 커피숍에서 바라본 따뜻한 이 풍경이 지금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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