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서 '담배 냄새'를 검색하면, 자동차에서 나는 담배 냄새와 이사를 간 집에서 나는 담배 냄새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애가살 집의 케케묵은 담배 냄새는 예상치 못한 쓰나미였다.
설상가상으로 이삿날 오후부터 딸이 첫 독립의 기쁨에 신나게 고른물건들-침대, 책상 겸 식탁으로 쓸 테이블과 의자 등등이 줄지어 도착했다.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여기서 반나절만 있어도 옷에 담배 냄새가 배는 판국이니 작은애의 옷과 살림에도 그 냄새가 스며들 것이다.
첫 직장에서 처음 만나는 주변 사람들은 어쩌면 우리 딸이 흡연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담배를 피워서 냄새가 나는 것과 비흡연자인데 오해를 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작은애의 첫 독립 이사에는 나를 속이려 한 두 여자가 등장한다. 인생 구력 쉰 살이 넘어도 언제든 남에게 속을 수 있는 거였다.
한 사람은 우리에게 집을 넘긴 전 세입자다.
수년간집안에서 흡연을 했고 내가 집을 보러 갔을 때 냄새를 감추려고 에어컨을 무척 강하게 틀어놓았다.
덥고 습하면 냄새가 더 많이나는 법이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냄새도 비 오는 날과 여름에 더 많이 난다.
전 세입자는 전출 후에야 실내 흡연 사실이 밝혀져서 이 집의 도배비를 부담한 것으로 안다.
나는 그녀의 담배 냄새 제거에 추가로 낸 청소 비용을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
다른 한 명은 청소업체 사장이다. 그 지역을 기반으로 부부가 운영하는데 블로그를 보고 의뢰했다. 다른 곳보다 비쌌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며 오로지 결과물로 말한다'는 말을 믿었다.
아침에 음료수를 사서 인사를 갔는데 남편분 혼자 있어서 못 봤고, 청소가 끝날 무렵에 만났다. 집은 전체적으로 깨끗해졌고 내가 했다면 아마 꽤 힘들었을 것이다.
여자 사장님은 이 집의 담배 냄새 제거와 찌든 때 청소가 힘들었으며 결국 지워지지 않은 것들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고 나서 집 안의 몇 군데를 가리켰다. 어제 새로한 도배라고 들었는데 이상한 얼룩이 묻어 있다며, 나중에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니 사진을 찍어 놓으라고 했다.
그런 것까지 일러주니 무척 고마웠다.
냄새 제거에 몰두하느라 이사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 생각이 나서 그 얼룩들을 찍었다.
사진을 받은 중개사는 바로 답장을 했다. 도배 후에 찍은 사진에는 잘못이 전혀 없다고 청소업체의 실수라고 했다.
중개사님과의 문자
다시 전화해서 도배 후 사진에는 그런 얼룩들이 없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태연하게 '그래요? 그럼 우리가 잘못했나 보네요. 근데 사모님, 그렇게 오래된 집은 도배 얼룩 같은 거 주인이 신경도 안 써요. 걱정 마세요.'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 반응에 나는 어이가 없다가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보다 이성적인 남편이전화를 넘겨받고'퇴거 시 문제가 생기면 보상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고 일을 마무리했다.
작은애가 이사한 지 석 주가 돼 간다.
딸은 그 집을 좋아한다. 회사까지 걸어서 5분이면 가고 젊은 여성이 혼자 살기에 필요한 다양한 평가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처음으로 제 힘으로 책임지는 공간을 가졌으니 사는 내내 애착과 애증이 공존할 것이다.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그 마음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이제 작은애도 집에 와 놀다가도 '이제 집에 가야겠다'라고 하며 그곳으로 갈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 여자가 나를 속였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담배 냄새가 나는 게 미안해서 감췄고, 본인들이 작업 중에 남긴 얼룩인지 미처 몰랐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그 집은 이제우리 작은애의 스위트 홈이고 그녀들은 그 집과 얽힌 인연들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