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일이 있을까
여지껏 한 번도, 이런 결정을 내릴일은, 한 번도 내게는 없었지만
문득,
필요도 없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내가 만약, 누군가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는 이런 작은 부케만있으면 된다.
손님도, 축의도, 식장도 연회도 필요 없고,
그저 덩쿨잎과 향이 좋은 제철꽃을 포개어서 동그랗게 만들고
시계초로 줄기들을 돌돌말아서 질끈 동여맨,
작은 부케 하나면 좋겠다.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말이다.
오늘 부케는, 화려한 봄을 초대하려고 욕심껏 가져온 절화와 풀들을 모두 써서 이것 저것 만든 후, 한 움큼 남은 (이름도 모르는) 노란색 꽃으로 만들었다. 크기도 작고, 수수했지만, 지난 번 캄보디아의 숲에서 따온 담쟁이 넝쿨과 냇가의 꽃들로 만들었던 꽃다발이 생각나 다른 재료를 쓰지 않고 오직 두가지 꽃과 한가지 식물로 만들고, 줄기까지 그렇게 매듭지었다.
오늘의 주인공이 아닌 부케다.
영국식을 흉내내본 센터피스와, 프렌치 새장 어레인지먼트, 그리고 봄을 부르는 리스도 만들었다. 일본 이케바나의 쭉 뻗은 동양스타일도 첫 시도였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만든 후,
내 가슴에 남는것은 이 작은 부케다.
나는.. 이 부케 하나만 있으면,
아니 이 마음 하나만 있으면,
다른 어떤것도 다 필요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