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스물여섯은 나와 같은 학교 동기동창생, 그것도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다. 그리고 한 분의 어른은 그때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셨다. 수십 년 전 그 시절 교실을 채웠던 이들이 그날은 그 방을 채웠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 항구도시의 횟집에 앉아서 창틈으로 스며드는 짭짜름한 바다내음을 즐기며 기다랗게 놓인 식탁을 따라 나란히 앉았다. 수상한 시절의 방해로 삼 년 만에 만들어진 자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내 눈에 비친 모든 이들은 다행히도 모두 건강한 모습을 잘 보관하고 있었다.
선생님께 꽃다발과 하얀 봉투를 전하는 행사(?)를 시작으로, 우리는 모두 다시 그 시절 우리로 돌아갔다. 왁자지껄, 부어라 마셔라,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무엇인가를 열심히도 말하고 바쁘게들 머리를 끄덕였다.
오늘은 바로 우리들의 ‘반창회’ 날, 우리들의 추억 찾아서 아니 추억 속 사람을 만나러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살아오던 우리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이곳으로 모이는 특별한 날이다.
생각해 보면, 사십 년도 넘게 지난 그 옛날에 단 한 해 동안 같은 교실을 쓴 것뿐인데, 무엇이 그리 끌어당기는지, 그렇게 연어가 되어 다시 그곳으로 다 모여들었다. 그날 밤은 늦도록 함께 먹고, 마시고, 소리 지르다, 끝내 호텔로 들어갔다.
우리들의 반창회는 그렇게 지나갔다.
이번 일박이일 동안 난 새로운(?) 친구들 몇 명을 만난 것 같다. 길지 않은 그러나 처음으로 나눈 속 깊은 대화가 수십 년 간 알고 있던 동창 친구를 새롭게 알게 해 주었다. 이번에 난 새로운 친구를 만난 것이나 진배없다. 그런 친구가 몇 있었으니 이번에 내가 얻은 선물은 남다르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서일까? 아니면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일까? 친구들의 표정이 예전보다 더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친구들의 말은 더 두껍게 느껴졌고, 눈빛은 더 따뜻해 보였다. 머리색은 더 하얘지고 얼굴 주름은 조금 늘었지만 그들의 가슴은 훨씬 더 넓어 보였다.
어쩌면 내 눈이 내 마음이 일부러 그렇게 보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을 채운 친구들의 모습은 그러했다.
내 친구들은 모두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날 그 자리를 만들려 애를 써준 친구들에게는 더 큰 고마움이 느껴졌다.
나는 친구 복만큼은 타고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친구 부자인 내가 참 부자지.”
라는 독백을 저절로 뇌까렸다.
그런데, 벌써 내년의 반창회가 기다려진다. 더 가까워진 친구들의 얼굴이 벌써 그리워진다.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