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을 담은 시
<새>
푸드덕대는 깃털이 작은 날개짓으로
구부러진 발톱이 총총총 가벼운 걸음걸이로
똥그라니 무서운 눈동자가 총명한 눈빛으로
그렇게
조금씩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너
죽은 새의 기억이
아기 새와 마중 나온 어미새의 모습으로
허겁지겁 먹이만 쫒던 기억이
하루를 살아내는 힘찬 날개짓으로
그렇게
매일매일 살아 오르는 너
그동안 미안했다
훨훨 날아 올라
어딘가 있을 잃어버린 나를 찾으면
따뜻한 쉴 곳으로 데려와 주렴
길을 걷다가 문득 새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든 종류의 새들을 아주 싫어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깃털과 발톱의 생김새가 징그럽다는 사실 이외에도,
먹을 것만 탐하는 것같은 분주한 움직임과
시끄러운 목소리
날지않고 걸어다니는 게으른 다리
그리고 가장 싫었던 것은
죽은 새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대학 시절, 학교 앞에 자주 가던 분식집이 있었다.
그 날도 친구와 김밥과 떡볶이를 시켜놓고 수다를 떨다가
무심코 바라본 통창 밖으로
너무 가까운 거리에
새가 죽어있었다.
결국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몇 년 후, 동남아 어느 나라에 여행을 갔다.
오래된 사원이라 원숭이들이 많았고
절벽 위 사진찍기 좋은 스팟에 자리잡고
'조금만 뒤로 가보세요'하는 가이드의 말에
한 발짝 뒤로 움직이려는 찰나,
무심코 발 밑을 보니
하마터면 죽은 새를 밟을 뻔했다.
그 이후로 나에게 새는 볼 때마다 나쁜 촉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피하기 일쑤였다.
호주에 온 이후 한동안은 늘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 조금씩 귀여운 새들도 보이고
예쁜 새들도 보이고
둥지도 보이고
자주 걷게 되면서, 그들의 움직임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누가 새에게 먹이를 주어도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지켜볼 수 있다.
그동안 너무 미워했던 새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생겼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새에 대해 시를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