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마도 전쟁 같은

전쟁 같은 사랑

by Janet M



출산 전부터 시큰거리던 손목이 계속 말썽이다.

통통해진 아이를 들기에도 벅찼는데, 이제는 프라이팬 하나 들기도 힘이 든다.

신랑과 짬을 내서 한의원을 다녔다.

손목에 여러 개의 침이 꽂혔고, 뜨거운 찜질을 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깜빡 잠이 들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고부터 내 몸의 모든 신경이 곤두섰던 모양이다.

밥을 먹을 때에도, 잠깐 화장실에 다녀올 때에도, 대충 샤워를 끝내야 할 때에도.

언제 깨서 울지 모르는 아이를 곁에 두고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쫓기듯이 지내왔던 시간들이 큰 부담이었던 모양이다.

한의사는 손목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지만, 당장 아이를 봐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한 달가량을 한의원에 다녔었다.

하지만 내 손목 통증은 그대로였고, 침 자국과 부황 자국만 늘어갈 뿐이었다.

할 수 없이 한의원 다니기를 포기하고 여전히 찌릿한 통증을 수반한 채 아이를 돌봤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계속될 것만 같던 손목 통증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아이가 잠자는 시간이 길어지고, 혼자 노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통증을 잊어버렸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아마도 내 손목이 아팠던 것은, 아이가 통통해지고 무거워져서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 육아에 대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은 아닐까.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증, 모든 처음이었던 서툰 엄마로서의 부담감이 몸살이 되어 아팠던 것.


찌릿한 손목 통증과 허리, 골반의 욱신거림을 뒤로하고

두 시간마다 젖을 찾아 우는 너를 달래며 몇 날을 같이 울었을까.

얼마나 어설펐는지, 얼마나 실수투성이였는지

돌아보면 참 힘든 기억이었고 그때의 시린 마음들이 울컥 올라오지만

시간은 금방 흘러가고 아이는 이렇게 금세 자라난다.


돌이켜보면, 매일 밤 이 작은 생명체 하나를 키우면서 힘들어 운 것 같았는데

실은 미처 자라지 못한 내가 아이 하나로 인해 같이 성장한 것이었다.

매일 똑같은 것 같지만 내일을 예견할 수 없고

해 뜨는 것을 매일 볼 수 없듯 아이의 작은 성장은 눈치챌 새도 없이 자라나기에

항상 긴장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 사랑.

이 전쟁 같은 사랑이 또 어디 있으랴.








열 달의 은인자중,

출산의 인고를 이겨낼 수 있는 용기.

먹고 싶은 음식과 사고 싶은 옷을 습관처럼 참아낼 수 있는 인내심.

거칠어진 손과 푸석해진 피부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대함.

피곤함을 무릅쓰고 밤새 아픈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체력.

때로는 아이의 한정판 장난감을 사기 위해 몇 시간이고 줄을 설 수 있는 극성스러움과

스스럼없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넉살.

아이에 관한 부당한 대우에 앞장서 나설 수 있는 적극성.


겁 많고 엄살 심하던 한 여자를,

미용과 네일아트를 좋아하던 한 여자를,

커피 한 잔쯤 손에 들고 가끔씩 비싼 가방과 멋진 옷을 쇼핑하는,

길게 줄 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던 한 여자를,

소심하고 말수 적던 내성적인 한 여자를,

앞에 나서기 싫어 뒷걸음치던 한 여자를,

자존심 강하고 커리어에 욕심 많던 한 여자를.

완벽하게 뒤바뀌어놓은 두 글자,

‘엄. 마.’


나 자신의 아주 많은 것을 포기하고도 내 아이면 무조건 괜찮은 여자.

아이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 나 자신과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그 이름,

세상의 모든 엄마들, 당신은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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