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의 엄마

전쟁 같은 사랑

by Janet M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다고, 딱 이맘때쯤 그랬던 것 같다.

아이가 자꾸만 다리 밑을 보는 행동을 하는 거다.

짧은 팔다리로 여엉차 지구를 거꾸로 들며 머리카락은 산발을 하고

앙증맞은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며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아이에게 아주 약간의 인지능력이 생길 때쯤 내 몸과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

따뜻한 내 몸속에 자리 잡은 두 번째의 생명 하나.


그래도 익숙하게, 처음보다는 여유롭게,

한편으로는 그 모든 과정과 느낌들을 생생하게 곱씹으며, 그렇게 또다시 엄마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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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다시 찾아오고, 난 그렇게 두 번째의 엄마가 되었다.










둘째니까 좀 더 수월할 거라는 착각은 출산 직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첫째 때에는 없던 훗배앓이는 또 다른 시작에 대한 경고 같았다.

모유수유부터 산후조리의 과정 모두 새롭게 다가왔고,

오히려 둘째 엄마가 공부해야 할 것들은 훨씬 많았다.

육아에도 트렌드라는 것이 있는 듯,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도 조금씩 달라졌다.

게다가 첫째 아이를 신경 써가며 둘째를 돌본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과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했다.


전쟁에 비유하자면, 첫 아이를 낳은 것은 일반 병사가 되어 지시대로 싸우는 것이고,

둘째 아이를 낳은 것은 지휘관이 되어 병사를 이끌면서 적과 싸우는 것이다.


진짜 전쟁이 찾아온 것이다. 내가 실수하면 다 무너지는 것.

그래서 나 자신의 사소한 감정에 일일이 반응할 시간도 없이 챙겨야 할 병사들이 줄지어 있는 것.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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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세수도 하지 않은 초췌한 모습의 내게

늘 밝은 얼굴로 안부를 물었지.

매번 똑같은 국이 질린다며 투덜대고는 입맛이 없어 쉬고 있는 내게

손수 간식을 방까지 가져다주곤 했어.


넌, 수시로 내게 전화를 걸어 와달라고 했고

난 그게 구속이라 여기며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날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 애원했어.


널 떠나는 날 나는 드디어 자유를 얻은 사람처럼 기뻐했고

너 없이도 나는 잘 해낼 거라고,

밥도 더 잘 먹고 잘 살 거라고 다짐했지만...













애 둘이 동시에 울어대는 이 순간 네가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어.


아... 조리원, 그곳은 진정 천국이었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있는데

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 마

웃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그저 사랑의 눈빛이 필요할 뿐야

나의 마음 전하려 해도

너의 눈동자는 이미 다른 말을 하고 있잖아


IMG_20170829_231807_283.jpg 질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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