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육아일기

한 컷 공감, 육아에세이

by Janet M



곤히 잠든 네 옆에 엎드려

살그머니 손을 잡고

하나 둘, 숨을 잠시 멈춘 뒤

네일 케어 또각또각.


세상에서 제일 작은

너의 손톱 자르려면

다리에 쥐가 나고

이마에 땀이 나고.


OO년 O월, 네일케어 여는 날.





혼자서 밥을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새로 입힌 옷에 커다란 얼룩을 남기고,

널브러진 장난감에 걸려 넘어져

주스 컵을 바닥에 다 쏟아버리고.

크레파스로 벽 한 면을 모두 칠해버려

혼을 내고 다그치고 몰아붙였던 힘겨운 하루의 끝.

사실 너의 잘못이 아니란 걸 엄마도 잘 알고 있어.

얼룩진 옷은 빨면 그만이고,

바닥에 쏟은 주스도 닦으면 그만이지.

다만, 엄마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는 이유로

유독 무서운 얼굴을 하고 너를 대했던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한 지친 하루의 끝에.


조금만 더 보듬어 줄걸,

조금만 더 웃어줄 걸,

조금만 더 따뜻하게 이야기해줄걸.


OO년 O월, 밤 10시, 고해의 시간. 잠든 너의 곁에서.





열어보고 싶은 마음 1리터

올라가고 싶은 욕구 1센티

들춰보고 싶은 생각 1그램


손끝에 닿고 싶은 욕망 1스푼 모두 모두 모아서

부들부들 너의 작은 두 발에 걸린 호기심 한 줌.


그렇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눈 딱 감고 참아줄게.

떨어진 물컵

넘어진 의자

쏟아진 양념통.


OO년 O월, 너의 호기심 천국.





생리적인 현상은 어쩔 수 없다만,

세상 여유로운 널 보는 내 마음은

초조함에 타들어가.


기막힌 타이밍,

어린이집 차량 도착 5분 전.





OO년 O월, 머피의 법칙.





애미야 애미야~

젖줘라~ 젖줘라~

우리 손주 빨리 젖줘라~

배고파서 운다

빨리 줘라 빨리 줘라~

젖이 안 나오니

양이 적니

얼른 줘라

젖물려라 젖물려라~



.....지금 이 소리는, 시댁 가서 애가 울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어머님의 젖타령입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OO년 O월, 젖타령.





넘어져 피가 흐르는 아이를 들쳐 업고 거리를 내달리는데,

쳇바퀴처럼 바쁘게 지나던 도로 위의 모든 차들과 사람들은 모두 멈춰선 듯.

등 뒤에서 아파하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땀과 눈물이 뒤범벅된 순간 어렴풋이 생각나는 그때.

어릴 적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나를 들쳐 안고

골목길을 뛰던 아버지의 등 뒤에서 울리는

쿵쾅쿵쾅 심장 소리와

귀 뒤로 주르륵 흘러내리던 땀방울과 떨리던 그 목소리,


“괜찮아 내 아가, 괜찮아.”


그때의 부모님도 이런 마음 이었겠구나.

작고 어린 너 대신 차라리 다 짊어지고 싶은 너의 눈물과 상처.

괜찮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사실은 두려움 가득 안고

마치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달리기 선수처럼 무작정 뛰면서 말이야.


OO년 O월, 아이의 작은 상처 하나가 엄마에게는,

엄마가 평생 겪었던 상처들의 고통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물티슈가 80매가 맞는지,

도톰한 엠보싱인지

한 장 한 장 뽑아 확인하는 너와

한 끼도 아직 못 먹었는데

하필이면 커피도 똑 떨어져

현기증이 나는 나의


그 날의 우리,

몇 년 후면 애타게 그리울 것 같은

오후 한 때의 우리 모습.


OO년 O월, 물티슈의 난.





우리 함께 했던 날들

그 기억들만 남아

너를 보내야만 내가 살 수 있을까.

가지마

떠나지마 제발

가지마

사랑하잖아

가지마

나 혼자 남겨두고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화.장.실.가.지.마.

.

.

.

.

.

.

(나오던 X도 들어가겠어.)






OO년 O월, 화장실 껌딱지.







‘저장 공간이 부족합니다.’


핸드폰 사진첩을 가득 채운 너의 사진들을 컴퓨터로 옮기자니 다신 볼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하고,

그렇다고 마냥 놔둘 수는 없어 흔들린 사진만이라도 지워보자며 갤러리를 여는 순간.


저장 공간 부족에 한몫하고 있는

나도 몰랐던 너의 셀카들.







OO년 O월, 너의 셀카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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