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애프터

한 컷 공감, 육아에세이

by Janet M


출산 후 확연히 슬픈, 비포 애프터.

출산 후 꽃단장.


유통기한 임박한 파운데이션,

굳기 직전의 마스카라,

뜻대로 안 발라지는 유행지난 빨간 립스틱, 그리고

푸석해진 머릿결을 구제해 줄 고대기.


그래봤자 가는 곳은

친구의 결혼식, 돌잔치.


게다가 아이가 나를 못 알아본다.

이러지마, 엄마도 왕년엔 잘 나갔어.






남자의 비포 애프터

남자에게도

비포 애프터는 존재한다.


처방은 다음과 같다.

한 달에 두 번쯤

야식 대신 동네 조깅을,

일주일에 한 번쯤

운전 대신 자전거를,

24시간 중 10분쯤

TV대신 전신거울을.



그러나 확률적으로

당장 다가오는 주말 아침, 아이와의 소풍 약속조차도

푹신한 침대 밑에 슬쩍 밀어 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 또한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후덕해진 그 남자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는 것이 더 빠른 일일지도.






너의 비포 애프터

스타일은 사라진지 오래,

세상 서럽게 우는 너의 얼굴 부여잡고

이발인지 고문인지 모를

첫 미용실 나들이가 엊그제인데,


어느덧 의젓하게 앉아

싹둑 싹둑 변신하는 너의 뒷모습 보고 있자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성큼 자라버린 너와 나의 거리에 대한 애틋함 한 줌이

머리카락이 되어 떨어지네.


못내 아쉬운 너의 비포 애프터.







커다란 눈, 앵두 같은 입술,

찰랑찰랑 빛나는 머릿결.


상자 속에 있을 때는

어른인 내가 봐도 정말 예뻤는데.








인형의 비포 애프터

우리 집에 몇일만 있으면

쥬쥬도, 미미도, 바비 인형도

모두 옷이 벗겨진 채로 석고대죄를 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안타까운 인형의 비포 애프터.











반전의 비포 애프터

아이를 낳으면,

늘어난 몸무게에서

아이의 체중과 양수의 무게가 빠질 거야.

곧 터질 것 같은 이 배도 쏙 들어가

임부복 다 벗어던지고

출산 전 입던 청바지와 원피스도 입을 수 있겠지.

끊어질 것 같은 허리통증과

남산만한 배 때문에 밤잠 설치던 날들,

이제 안녕.....


그러나

아기가 나온 게 맞는지,

배가 왜 그대로인건지,

부어서 더 늘어난 체중,

모든 기대를 뒤집은 반전의 비포 애프터.






순둥이의 비포 애프터

너 참 많이 변했다.

다들 널 보며 이런 순둥이가 있냐 했었지.


돌 지난 후, 가면을 벗다.














손주와의 화상 통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손주,

할머니는 손주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동네 문방구에서 장난감을 한 아름 사다놓는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영상통화 속 손주는 늘 그립다.


갓 태어난 첫 손주를 품에 안아본 게 바로 어제의 일 같은데 오랜만에 나타난 손주는 저만치 쑥쑥 자라있다.







손주와의 재회

드디어 손주가 집에 오는 날,

할머니는 아침부터 양손 가득 장을 보고 손주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만들어놓는다.



“어이구 내 강아지, 안본 사이에 또 훌쩍 커버렸네.”









손주의 계속되는 저지레

활동량이 많은 아이는 할머니의 집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킨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와다다다다,

쇼파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다.


끊임없는 손주의 저지레가 계속되고, 손주의 장난에 머리카락까지 뜯겼다.





달라진 할머니 얼굴

슬슬 할머니의 정신이 혼미해져온다.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느낌.


드디어 손주가 집으로 돌아갔고,

온갖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할머니 드러눕다


올 때 반갑고, 갈 때에는 더 반가운 우리 손주.

(그 후로 할머니는 몇 일째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할머니의 비포 애프터.












keyword
이전 11화드로잉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