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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긍정 Jul 31. 2022

설명은 잘하는데, 설득이 어려울 때

프로덕트 오너의 소프트 스킬에 대하여.

이 글의 BGM으로는 방탄소년단의 '소우주(Mikrokosmos)'를 권합니다. 


우리는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어떤 빛은 야망, 어떤 빛은 방황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 소우주 가사 中





 "요즘 스테이시의 고민은 뭐예요?" 

상반기가 흘렀고, 성과관리 시즌이 시작됐다.

내 브런치 글을 좋아해 주시고, 직접 채용해주신 한 리더 분과 티타임을 가졌다. 그는 내게 "요즘 스테이시의 고민은 뭐예요?"라고 물었다. 최근 나의 고민은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한다. 

프로덕트 오너가 되기 전엔 2년간 고등학교와 공공기관에서 강사로 근무했고, 네이버 나우에서는 내가 기획한 라이브 방송의 모든 회차 대본을 작성하고 카메라 앞에서 직접 진행을 맡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온 글쓰기와 말하기는 정보를 요약하고 안정된 톤과 발음으로 전달하는, 즉 "설명"일 경우였다. 최근의 나를 돌아보면서 느꼈던 건, ‘설명’은 잘하는데 ‘설득’은 잘 못한다는 점이었다. 





 저 피드백 좀 주세요 vs 어떤 걸 먼저 개선해볼까요? 

그동안 무엇이 왜 문제인지, 그래서 내 가설과 어떤 해결방법이 가장 임팩트 있을지 "설명"은 잘해왔다. 정성적인, 정량적인, 여러 상황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늘 뒷받침했고, AS-IS와 TO-BE 정리도 명확했다. 내 의견에 모두가 귀 기울여주었고, 사실 대부분의 일들은 내가 말씀드리는 방향으로 진행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설득이 됐을까? 

모두 공감이 됐을까? 매번 늘 많은 인원을 공감시키는 건 애초에 욕심일까? 한동안 이런 고민은 계속됐다.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동기부여는 설명이 아닌 설득에서 나온다. "이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의심이나 현타를 품지 않게 하고 싶었다. 함께 일하는 분들께도, 스스로에게도. 



그래서 처음엔 "저 피드백 좀 주세요." 하며 묻고 다녔다. 그러자 모두가 잘하고 있다고만 답을 주었다. (아니 피드백 좀 달라고요 ㅠㅠ.) 몇 차례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이 또한 내가 설득이 아닌 설명을 했다는 실수를 자각했다. 


"제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고요, 이런 걸 못하는 것 같아요. 당신이 보기엔 어때요? 저 피드백 좀 주세요."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하게 내가 분석하고 판단한 상황과 문제를 설명한 것이었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것은 상대방의 구체적인 의견을 듣는 것이고, 진솔한 대답을 듣기 위해 나는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한 설득을 먼저 해야 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어떤 걸 먼저 개선해볼까요?"

1) '어떤 것'이란 단어를 통해, 내게 아쉬웠던 모습들은 무엇이었는지
2) '먼저'라는 단어를 통해,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 무엇인지
3) '개선'이란 단어를 통해, 나는 당신의 귀한 조언을 단순히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행동할 것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피드백을 달라'는 두리뭉실한 표현에서,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하자 확실히 돌아오는 대답들이 달라졌다.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되거나, 가장 먼저 도전해볼 수 있을 법한 개선점과 여러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따로 책도 많이 읽었다. 

지금 직장은 1Pager(원페이저)라는 단일 문서를 기반으로 소통하고 설득하는데, 오죽 스스로가 답답했으면 여러 나라의 원페이저 사용법에 대한 책들을 정독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들을 겪어 얻은 '설명은 잘하는데, 설득이 어려울 때' 적용해볼 만한 나만의 다섯 가지 팁을 소개하려 한다. 





 설명은 잘하는데, 설득이 어려울 때 



1. 상대의 이해도와 니즈 파악하기 
2. 상대에게 원하는 것 미리 짚어주기 
3. 각 해결 방법의 장·단점 비교하기 
4. 내가 원하는 방법의 단점엔 보완점 더하기 
5. "결-기-전-결" 
내 노력의 과정은 빼고, 핵심 결론 강조하기



1. 상대의 이해도와 니즈 파악하기
내가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일에 대해 상대방의 이해도와 니즈를 먼저 파악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

유관부서라면 고객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좀 더 높지만, 그렇지 않은 부서와는 작업 배경이나 결정 맥락에 대한 설명이 문서에서부터 더 친절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발표라도 팀장과 팀원의 니즈는 다를 수 있다.
보통 팀장은 우선순위나 결정 등 방향을, 팀원은 구현에 있어 디테일한 정책 토론이나 엣지 케이스 고려 등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주로 방향을 이야기할 땐 팀장을, 방법을 이야기할 땐 팀원을 바라보거나 질문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2. 상대에게 원하는 것 미리 짚어주기 
내가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아이데이션인지, 검토인지, 조율인지, 리뷰인지, 결정인지에 따라 상대방도 나와의 미팅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미팅 전 내가 원하는 것과 더불어, 어떤 것까지 미리 검토하거나 준비해오면 좋을지 짚어주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을 미리 짚어주는 것은 무례한 태도가 아니라, 되려 그들의 시간을 배려하는 것이었다. 



3. 각 해결 방법의 장·단점 비교하기 
예를 들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 B, C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고 현재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B가 가장 임팩트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문제와 분석한 데이터 그리고 B만 공유를 했다. 
B에 대한 의견이 제기될 때, 그때 A와 C도 고려했으나 그렇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땐 그게 더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한다고 생각했다. 

최근엔 제안 방식을 바꿨다. 처음부터 A, B, C 모든 케이스와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나열한다.
B만 볼 때보다 A와 C를 함께 비교해서 볼 때, 나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그럼 되려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이 더 줄어들게 된다. 



4. 내가 원하는 방법의 단점엔
보완점 더하기
내가 원하는 해결 방법에도 분명 단점은 존재한다. 

3번처럼 A, B, C 모든 케이스와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나열한 다음
'내가 원하는 해결 방법은 이러한 이유로 B이며, B의 어떠한 단점은 어떻게 보완할 것이다'라는
계획까지 함께 공유하여 내 의견을 한번 더 강조한다. 

A와 C의 보완점은 고려만 하고 공유하진 않는다. 목적은 내 의견 설명이 아닌 설득이기 때문이다.



5. "결-기-전-결" 
내 노력의 과정은 빼고, 핵심 결론 강조하기
꼼꼼하게 문서화하고 발표한다고 해서 모두 다 보지 못할뿐더러, 봐도 다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는 보통 "기승전결"로 글쓰기를 배워왔다. 시작-전개-전환-끝 순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것이다. 사실 순서대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상대의 이해도 돕고 매너 있는 방법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상대는 바쁘다.
핵심부터 말하고 핵심으로 끝내는 것이 가장 임팩트 있다.

그래서 과감하게 "결-기-전-결".
시작과 전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과정의 전개는 문서에 원문 링크만 걸어두고, 발표의 요소에선 제외하였다. 목적은 내 노력 어필이 아닌 설득이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글의 서두에서 추천한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각자의 별에서 '야망' 혹은 '방황'이란 빛을 비추며 이 밤을 수놓고 있다. 때로는 나의 야망이 너무 뜨거워서, 나의 방황이 너무 따가워서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는 자신만의 빛으로 빛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 기획, 디자인, 개발에 대한 이해도 등은 사실 하드 스킬에 해당한다. 어느 하드 스킬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불안함을 가진 분들이 종종 내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도 부족하고, 불안하고, 부끄러울 때도 많다. 

하지만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타인과 나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출발점이 같다고 생각이 드는 상대라도, 그 사람이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본인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마음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도 비롯되지만, 타인의 노력과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에서도 비롯된다. 그러니 타인과 스스로를 너무 비교하거나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하드 스킬만큼 소프트 스킬도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하든 배우고 갖춰야 할 것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무언갈 모르거나 잘 못해도 괜찮다. 부족한 것은 조금씩 공부해나가면 된다. 가장 긍정적인 마인드는 모든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하루하루에 충실한 것이다 :')



나와 당신의 고민을 담은

7월 회고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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