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사랑할수록 겪게 되는 상실감에 대하여
이 글의 BGM으로는 종현의 <Lonely>를 권합니다.
나는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외로움과 괴로움
기억 하나 차인 건데
넌 왜 자꾸 다르게만 적으려 하는 건지
- Lonely 가사 中
최근 3분기 내내 준비했던 공간대여 홈 개편과 특정 퍼널 개선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다.
데이터를 통해 현상을 발견했고, 유저 리서치를 통해 진솔한 의견과 문제들을 접했으며, 내 가설과 계획대로 일정 내에 제품을 런칭했다. 일이 되게 하기 위해 조율에 많은 에너지와 감정을 소모했고, 솔직히 끝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알 수 없는 찝찝함만이 남아있었다.
내 감정 문제도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는데 무슨 PO를 한다고..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a lonely product manager’라고 검색을 했다. 중2 때도 중2병 없었는데.. 이제야 사춘기를 겪는 걸까? 그냥 이번 3분기는 일을 하는 내내 되게 외로운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런 감정을 프로젝트 과정 중에 해결하고자 조언도 구해보았다. 대개 책에서는 ‘주어진 일과 기회에 감사와 애정을 갖고 임하라’, 주위 동료들은 ‘스테이시 잘하고 있어요’ 등의 의견들을 주었다.
사실 일은 영업, 개발, 디자인, 데이터, 마케팅, 콘텐츠 제작, CX 등 다양한 부서와 매일을 소통하기 때문에 외로울 틈이 없었다. 오히려 일 자체나 내 상태가 아니라, ‘주니어’와 ‘프로덕트 오너’라는 위치와 역할이 주는 간극을 혼자서 감당하는 것이 외롭고 버겁다고 느꼈다. 근데 이건 회사나 다른 동료가 대신 나서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일을 덜어줄 순 있겠지만 내 감정은 내가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한 아티클에서 페이스북 커뮤니티 내 약 4만 2천 명을 통해 공통된 답변을 추려냈고, 3주 동안 약 750명의 투표를 통해 순위를 매긴 6가지 이유를 공개했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아티클에서 공개한 6가지 이유와 마지막 에필로그에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았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하루종일 매일 많은 사람들과 협업해야 한다. 팀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긴다면 당신의 일은 순탄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단계에서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협조적인 팀이 있다면 힘들 수 있다. Uncooperative Team은 31표를 받으며 6위에 올랐다.
2016년 한 연구에 따르면 프로덕트 매니저의 절반이 회사의 제품 관리 프로세스를 좋아하지 않으며, 조직의 60%는 프로세스를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회사에 제대로 작동하는 표준 제품 관리 프로세스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식 시스템을 처리하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툴을 탐색하고, 실제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프로세스에 적응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프로덕트 매니저의 일을 예상보다 훨씬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31표를 받으며 5위에 올랐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퇴사하는 네 번째 이유로는 제품 그 자체에 있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당연하게도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상적으로 제품이 혁신적이며,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가치가 있어야 하며, 세상에 진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길 원한다. 46표를 받으며 동기부여되지 않는 제품이 4위에 올랐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조직 관리, 대인 관계, 의사소통, IT 지식, 전략적 사고, 공감 등 수많은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을 필요로 한다. 아직까지 PM이라는 직무가 생소하기 때문에, 이 역할은 조직마다 다를 수 있다. 전 직장에서 한 프로덕트를 온전히 담당했다고 해서, 다음 직장에서도 동일한 권한과 책임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많은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에 혼란스러워하며, 55표를 받으며 3위에 올랐다.
2016 Pragmatic Marketing의 한 연구에 따르면 매니저의 시간 중 28%만이 전략 수립에, 남은 대부분의 시간은 실행에 사용된다고 한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업무 수행을 위해 고용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고용되는 경우 위험을 감수하고 성장할 기회가 없어진다. 틀에 박힌 상태로 머물거나 더 나은 직업을 찾아 떠나기 위해 129표를 받으며 도전과 성장 기회의 부족이 2위에 올랐다.
한 프로덕트 매니저는 설문조사에서 "사람이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관리자를 떠난다."는 말을 남겼다. 잘못된 관리는 팀 전체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PM이 내리려는 모든 결정에 대해 경영진과 끊임없이 싸워야 할 수도 있고, 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너무 힘들어 제품을 진정으로 믿으면서도 매일 아침 출근하기가 싫어질 수 있다. 그리고 좋지 않은 관리와 리더십은 결국 앞서 나열된 모든 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431표를 얻으며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해당 아티클을 읽고 '전 세계 어딜 가든 프로덕트 매니저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메이커가 아니라 매니저기 때문에 겪는 자연스러운 고민으로 보인다. 취업 전에는 PM이 되면 개발이나 데이터 지식이 부족한 게 흠이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물론 그것도 맞긴 하지만 일을 하면서 점점 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렇다. 힘들면 힘들수록 다 포기하고 잠수 타서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이걸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또 최대한 상처받는 사람 없이 해결할 수 있을지를 매번 고민하고 있었다. '주니어'라는 위치와 '프로덕트 오너'라는 역할이 주는 간극이 크고, 버겁고, 외롭고, 어렵고, 비참하고, 쪽팔리고, 짜증 나고, 억울하고, 화가 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왜냐하면 동시에 짜릿하고, 신기하고, 설레고, 재밌고, 빨리 개선해주고 싶고, 뿌듯하고, 게으른 나를 집요하게 만드는 멋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배포를 통해 배운 점은 멘탈 관리와 체력도 실력이라는 점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쉽게 예민해지지 않도록 몸과 마음의 체력을 기르는 것이었다.
힘든 만큼 배운 점이 많았던
3분기 회고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