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랑스를 여행하는 이유

프랑스 #30 에필로그, À bientôt

by 조디터 Joditor

나는 자동차 기자를 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 내는 나라들을 많이 다녔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스웨덴,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들 위주의 출장과 취재가 잦았다. 프랑스에는 푸조와 르노, 시트로엥 등의 자동차 브랜드가 있다. 일반적인 여행으로는 갈 일이 거의 없는 포아시도 그곳에 푸조와 시트로엥의 생산 기지가 있어 가게 된 것이었다. 그러다 빌라 사보아도 방문했다.


수많은 여행지 중 프랑스는 참 할 말이 많다. 29편의 에피소드를 기억해 쏟아냈지만,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그만큼 그동안 들인 시간과 관심이 지대하다. ‘프랑스’라는 낱말을 내뱉기만 해도, 입안의 공기가 사뭇 둥글둥글해진다. 길어지는 모음과 단호하게 닫히는 자음의 몽글거리는 조화 덕분이다. 프랑스에서 운전하면 일부러 음악 대신 라디오를 듣는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불어의 그 경쾌한 악센트가 나에겐 특별한 음악으로 들린다. 간혹 K-POP도 틀어준다.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곳곳은 예술적이다. 카페의 입간판 하나,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재떨이, 그냥 무시해도 괜찮은 의자까지도 그곳 주인장의 취향과 섬세함이 드러난다. 게다가 도시 대부분이 헤리티지를 품고 있다. 작은 도시를 가도 수백 년 된 성당이 있고, 골목의 돌계단은 지난 발자국을 기억한다. 특히, 파리는 그 모든 것의 총 집합체다. 그리고 그 정점에서는 언제나 에펠탑이 반짝이고 있다. MBTI가 극T인 나조차도 없는 감성이 쥐어짜 내지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다.


그리고 맛 좋은 와인을 마음껏 마셔도 부담이 없다. 프랑스에 머물게 되면 아침엔 에스프레소 한 잔, 낮부터 간단하게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홀짝이게 된다. 까르푸에서 10유로짜리 와인을 사도 언제나 성공적이다(와인 빼고는 다 비싸다). 언제나 성공적인 건 또 있다. 빵이다. 동네 어떤 빵집을 가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독일이 맥주법으로 맥주에 대한 헤게모니를 강화했듯이, 프랑스는 ‘T’로 구분되는 밀가루 등급 제도가 있다. 덕분에 프랑스 빵은 법적으로 무조건 맛있게 만들게 돼 있다. 그리고 프랑스 제빵사들은 천천히 반죽을 발효시키고 매일 구워 낸다. 프랑스에서 ‘어제의 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아는 ‘미슐랭 가이드’ 역시 프롬 프랑스다. 프랑스 전역에 ★ 식당이 542개, ★★ 식당은 81개, ★★★ 식당은 31개나 된다. ‘맛’과 ‘식사’에 진심인 곳이다.


프랑스의 문화는 어느 분야에서든 개성을 중시하는 나의 가치관과도 잘 들어맞는다. 특히, 패션이 그렇다. 프랑스 사람들은 의식해서 옷을 잘 입으려고 하지 않는다. 남들의 시선보다 자기만족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평소의 스타일을 보면 화려하지 않지만 세련돼 보인다. 어딘가에 포인트가 있다. 오래돼 보이는 가죽 가방에도, 다 해진 로퍼에도, 일관되게 주름진 셔츠에도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 보이고 그 자체가 멋이 된다. 실루엣과 소재를 중시하며, 지금의 유행보다 오래 입어도 괜찮을 것 같은 옷을 선택한다. 이건 비단 패션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예술과 요리, 건축 등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시골만 가도 영어가 안 통하고, 파리의 물가는 살인적이다. 소매치기도 많고, 파업도 자주 일어난다. 화장실 등의 공공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운전도 상당히 자유분방하다. 첫 만남에 무뚝뚝한 편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프랑스에 며칠만 있다 보면 이러한 점들은 모두 ‘그래, 그럴 수도 있지’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아직 가보지 못한 프랑스가 많다. 특히, 니스와 마르세유 같은 남부와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 주변을 도는 투르 드 몽블랑도 다녀오고 싶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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