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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트파인더 Apr 25. 2024

SF <삼체> 이해를 돕는 스타트업 기술들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 - 上

<출처 : 넷플릭스>


<주의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술진보는 늘 파괴의 역사로 이어지는 것일까. 지구상의 진보한 문명은 수많은 다른 문명을 파괴했다. 다른 생명체를 파괴한 사례도 있다. 우리는 ‘살충제’라는 이름의 화학물질을 만들었고 ‘벌레’라는 이름의 수많은 생명체를 죽였다. 만약, 우리가 그 생명체 ‘벌레’의 입장이 되면 어떨까. 


여기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룬 외계 생명체가 지구로 향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을 ‘벌레’로 취급하고 파괴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다급하다.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지금 가진 기술력을 총 동원해 선제 공격하는 것 뿐이다. 넷플릭스 SF 시리즈 ‘삼체’의 이야기다. 


‘삼체’는 류츠신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베이스로 제작된 드라마다. 해당 소설은 SF계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작품이다. 삼체 시리즈는 넷플릭스 공개 이후 TV 글로벌 부분 1위에 오르며 ‘열풍’을 일으켰다. 현재는 시즌2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흥행비결 중 하나는 역시나 ‘볼거리’다. 최첨단 기술들이 총 동원되어 화면상에 구현된다. ‘실제 이런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도 든다. 분명한 것은 삼체에서 다뤄지는 많은 기술들이 공상과학적인 요소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전 세계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드라마에 소재로 활용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체가 제시한 미래의 ‘메타버스’ 


‘오 이것은 메타버스네!’


드라마에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기술적 소재는 ‘메타버스’다. 극 중 외계생명체는 자신들의 현실을 알리는 도구로 가상현실 ‘헤드셋’을 지구에 뿌린다. 이 헤드셋을 쓰는 순간 실제와 같은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심지어 촉감까지 느낄 수 있고 자동으로 시스템에 로그인 된다. 


'삼체'에 등장하는 메타버스 기기 _ 출처 : 넷플릭스


이 헤드셋은 메타버스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존의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수준의 컨셉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존하는 최상위 기술들이 모두 메타버스에 적용이 가능하다. 


미국 기술 매체인 테크타깃 조사에 따르면 메타버스 구현에는 7가지 기술이 포함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확장현실, 뇌-컴퓨터인터페이스, 3D모델링과 재구성, 공간컴퓨팅과 엣지컴퓨팅, 블록체인 기술 등이다. 헤드셋을 쓰는 순간 바로 로그인이 되고 게임의 공간으로 접속되는 것은 어떤 인증적 기술이 접목됐다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의 형태일 수 있고, 홍체인식과 같은 생체인증일 수도 있다. 뇌-컴퓨터인터페이스가 연결되는 기술이 있다면 이는 더 효과적으로 접목이 가능하다. 


실제와 거의 유사한 그래픽 기술도 메타버스 진화의 핵심이다. 현재 이 부분은 AI와 접목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휴먼’이다. 지난해 방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는 1994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故송해 선생의 모습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소환한 바 있다. 이 모습은 AI를 접목한 디지털 딥페이크 기술이다. 스타트업 빔스튜디오가 제작한 AI 콘텐츠다. 또 다른 스타트업인 엠씨에이는 최근 한국마사회와 협업해 나문희씨의 20대 모습을 구현하는 AI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가상인간은 실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유사하다. 이 같은 요소들이 모여 가상현실의 세계에 등장하고 촉감까지 구현하게 되는 방식이라면 삼체에서 등장한 헤드셋도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오픈에이아이의 dall-e, 미드저니(Midjourney)와 같은 이미지, 영상 분야 생성형 AI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기술 진보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나노섬유는 실제 그토록 강력할까


삼체에 등장하는 ‘나노섬유’ 기술도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에서 이 나노섬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강도를 가진 실이다. 이 실이 지나가면 다이아몬드도 순식간에 두동강 나버린다. 핵폭발을 견디는 엄청난 내구성도 지녔다. 실제 드라마에서 극적인 부분 및 명장면을 구성하는 핵심기술이다. 



실제 나노 수준의 입자에 대한 연구도 많은 스타트업에서 기술상용화를 추진 중인 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0.2나노미터 두께로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이다. 그러나 강철보다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는 100배 이상의 높은 전기전도도를 지니고 있다. 무기로 활용되기 보다는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2차전지 배터리 성능을 개선해주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나노섬유를 개발한 오거스티나(에이사 곤살레스 분)가 이를 무기로 활용하는 부분에 좌절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반면 오거스티나는 나노섬유를 보다 좋은 곳에 쓰기도 한다. 오염된 우물을 정화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부분이다. 


실제 나노섬유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친환경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용도로도 개발 중이다. 매우 얇은 나노섬유 실을 생산하고, 촘촘한 배열의 조직을 만들어 필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상용화를 진행 중이며, 대기업들의 투자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영역이다. 수질개선 외에도 공기정화 필터로도 활용될 수 있고 전자파 차폐막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민간우주개발에도
스타트업들의 존재감이 커진다


우주를 정복하기 위한 담대한 도전에도 ‘스타트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삼체에서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연합해 우주로 향하는 초거대 로켓 프로젝트가 등장한다. 전 세계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최첨단 기술이 합쳐져 외계생명체에 대항하는 ‘로켓’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만약, 지금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수많은 스타트업과 빅테크기업들의 연합도 인류에 큰 몫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우주라는 영역은 하나의 ‘비즈니스’ 세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뿐 아니라 블루오리진, 버진갤러틱 등이 막대한 민간자금을 끌어모으며 우주시대를 연 대표적 글로벌 민간 기업들이다. 


우주 기술분야는 크게 위성체 제작, 발사체 제작, 지상 장비 등 3가지 분야로 나눠진다. 이를 활용한 서비스 영역, 과학연구 등도 추가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우주산업의 밸류체인이다. 



국내에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신기술 확보에 한창이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 우나스텔라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자체 발사체 제작에 한 창이다. 한국형 발사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들이다. 나라스페이스, 우주로테크 등은 위성체 제작을 진행 중인 스타트업들이다. 실제 이 중에는 위성체 발사에 성공한 곳들도 있다. 지상에서 위성체와 소통하기 위한 거대 우주형 안테나를 제작하는 스타트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 모두 많은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확보한 자금으로 우주개발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체에는 ‘침묵의 봄’이라는 책이 자주 등장한다. 이 책은 살충제, 제초제와 같은 인간이 만든 과학기술력의 폐해를 지적한 환경분야 고전이다. 그많은 강력한 과학기술에도 벌레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살충제나 제초제가 남기는 악성 성분은 우리 몸에 스며들어 우리 스스로를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과학기술이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아마 삼체의 주된 주제는 이 같은 부분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많은 기술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진화하며, 세상의 중심에 등장하고 있다. 그 과학기술의 폐해와 파괴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비즈니스’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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