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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홍 Apr 03. 2024

소개팅 어플을 어떻게 믿어?

짝 찾기의 고단함









'그런데를 뭐 하러 가입해'

'너, 원나잇 조심해라'

'어휴, 그런데 이상한 놈들 많아'




20대 아니 30대 초반만 해도 이런 말에 흔들렸겠지만, 나에게는 해당이 없다. 주변의 말대로 이곳에 이상한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 놈 중 하나일 뿐, 이 나이에 해가 될 이성이 누가 있단 말인가.




나는 서른아홉의 싱글. 소개팅은 끊긴 지 오래, 이제는 부탁하기도 민망하다. 그간의 선자리는 '혹시나'가 역시나였고, 이제는 들어와도 대부분은 돌싱이기에 나는 결국 돌고 돌아 소개팅 어플에 가입했다.




워낙 집순이에 내향인인 탓에 내가 과연 나 같은 사람이 가입해도 될까 싶었지만, 안 하면 뭐 할건데?



가입해 보니, 이곳은 적어도 주선자나 중매인을 탓할 여지가 없어서 좋다. 게다가 (공식적으로는) 나이제한, 외모제한이 없기에 아직까지는 노빠꾸(?)라는 점이 감사할 뿐.







처음 이곳에 들어와 놀란 점은 내 또래의 사람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다들 뭘 하다가 그리 늦었는지,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니!



무엇보다 이곳에선 사진과 소개글이 매우 중요했다. 내가 감히 상대를 몇 번 평가해 본 결과, 사진과 소개글을 성의 있게 작성하지 않으면 손가락 튕김 한 번으로 바로 아웃이다.



그래서 공유한다. 고민 끝에 작성한 나의 셀소 작성기.



한때 잘 나갔던 남사친의 조언을 참고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진은 무조건 예뻐야 하고 나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동시에 너무 튀진 않게. 실물과 많이 다른 셀카는 금물.



그는 요즘 남자들은 퐁퐁남(?)이 되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이 있다며 행여나 명품백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릴 생각이면 아예 올리지 말라고 덧붙였다.



"나 명품백 없는데?"

"저번 결혼식에 들고 오지 않았냐"

"아, 그거 짭이야"

"그래? 그럼 그 사진은 더더욱 올리지 말도록"

"카피"



"그리고 넌 나이가 있으니까 너무 까다로워 보여도 안 돼"

".... 잉?"

"우리 또래 남자들은 피곤한 거 무조건 싫어한다고"

"내가 피곤한 타입이야?"

"그런 건 아닌데, 암튼 좀 순둥순둥해 보이는 사진으로 골라. 넌 인상이 강한 편이라서 좀 중화시켜야 돼"   

"차암나... 맘에 안 들지만 우선 것도 접수"



"취미에 뭐 넣지?"

"'멍 때리기' 넣어"

"나 멍 잘 안 때리는데?"

"음... 그래도 넣어"

"-_-"

"내 말 듣는 게 좋을 걸"

"쳇"



"재테크 좋아한다고 써도 되겠지?"

"뭐뭐 썼냐"

"책 보기, 멍 때리기, 재테크"

"흐음... 그 정도면 된 것 같아"

"행여나 동물 좋아한다고 쓰지 말아라"

"왜?"

"너무 개엄마 같으면 바로 아웃이야"

"와, 짜증 나!"

"그러게 누가 그 나이 되도록 혼자 있으래? 비혼도 아니고"

"-_-"  



그렇게 완성한 셀소는 다음과 같다.





직업 : 00일을 합니다 

취미 : 독서, 멍 때리기, 달리기, 재테크 

대화가 잘 통했으면 좋겠어요 ^^





캬- 간결하면서도 명확하다. 우선 나는 마음에 든다.



나는 소개글과 함께 친구가 컨펌한 셀카, 이탈리아에서 찍은 배경이 예쁜 사진, 그리고 헬스장 사진. 이렇게 세장의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제 남자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참고로 내 친구는 신경 써서 사진 올렸더니 하나 같이 배 나온 아저씨들만 좋아요를 누른다며 소개팅 어플을 '자존감 깎아먹는 기계'라고 부른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앞으로 많은 고난이 예상되지만, 안 하면 뭐, 뭐 어쩔 건데?



너 뭐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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