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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의 레벨

결혼에도 급이 존재하나요

by 새로운





현실 속 남자들을 몇 번 만나고 나는 그에 대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내가 처음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엄마는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엄마가 생각할 때 그는 고졸 출신의 작은 회사 영업사원이었고 나는 재수까지 해서 대학에 보낸, 그야말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업을 가진 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엄마는 ‘너희들이 좋다면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 어차피 양가 모두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에 부모님에게 손 벌일 일은 없다고 생각했고 결혼식은 최소한 간소하게, 우리가 알아서 해야지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식장은 집 근처 저렴한 곳에서, 집은 전세로, 혼수는 둘이 모은 돈 최대한 저렴하게.



사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그저 올해 안에 결혼하자 둘이 합의를 봤을 뿐, 결혼식도 집도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렸고 세상에 대해 잘 몰랐다.



그저 인터넷 여기저기를 찾아보며 남들이 했다는 걸 따라 할 뿐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강남의 수많은 식장을 하나씩 돌아다니며 견적을 받았다.



‘와아, 결혼식장이 생각보다 비싸구나..’



유명하다는 인터넷 블로그에서 ‘스드메’라는 것도 처음 알아봤다. 스냅숏, 드레스, 메이크업. 식장 외에 필요한 것들을 패키지로 모아둔 것 같았다. 스드메는 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싸게는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몇 천만 원이 넘어가는 것도 있었다.



드레스도 브랜드별, 샵 별,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등급에 따라 가격도 다 달랐다. 본식 드레스, 2부 드레스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은지. 아마도 몇몇 이들에게는 어떤 드레스를 입느냐가 중요한 것 같았다.




직장에 들어간 후 사람들은 결혼을 준비하며 다시금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게 되는 것 같았다. 예비 신랑과 나의 능력을. 그의 수준과 나의 레벨을. 시댁과 친정의 격차를.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했지만 나는 담담한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했다. 주말에 열린다는 결혼식 박람회도 쫓아다니고 결혼사진은 제주도에 가서 셀프로 찍기로 마음먹었다. 중요한 건 우리 둘일 뿐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만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때는 정작 몰랐다. 그에게 앞으로 마주치게 될 커다란 문제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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