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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칼국수

by 도치의우당탕 일기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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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아무래도 난 고상하게 살긴 틀렸다.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 어떻게 알았을까?

전 연인을 마주한 것처럼 목이 말라

물컵을 연거푸 들이킨다.

여긴 어디고 주위를 두리번 서빙을 하는 쟁반에

눈길이 끌린다.

'됐다' 설렘은 빈물통에 담긴

들깻가루처럼 차곡차곡 채웠다.

인제 내식대로 비우기만 하면 된다.

코끝이 아려온다. 매콤한 국물 사이로

쇠젓가락을 어설프게

휘젓고 가락이 짧아 젓가락은 내손에

기어이 수고로움을 묻혔다. 순대를 한입 뜨거움이

입안에서 이곳저곳 자리를 옮기며 목구멍을 간질이고

툭툭 끊기지만 곱처럼 구불한 국수가

간간히 입안에서 뭉개진다.

나는 지금 가슴에서부터

축적된 온기를 목으로 끊임없이 눌러 담는다.

그래 내 것이다. 이 공간에서 허락된 내 것

어느새 열기가 코로 갔는지 훌쩍이고 이마는 주름지며 땀이 맺힌다.

좋아하는 음식을 맘 편히 먹고 싶다. 눈치 볼 필요 없이

맛있다 말하고 좋아함에 있어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

그래야 두고 그때를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음식하나는 진짜 맛있게 먹었으니까

외투를 벗고 나서야 숨을 돌린다.






제 이 차전

그래 이 국물에 국수만으론 아쉽다.

눈치로보아 주위로 들리는

공깃밥을 따라 나도 손을 든다.

이방인인 나는 단골인양 툭툭 국물에 밥을 욱여넣었다.

그래 이 든든한 느낌이 좋았지


감상은 나중에 하고 그 짠맛에 집중한다.

안다 해로운 거

목은 숟가락마다 열기를 어디로 내뿜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럼에도 오기를 부린다. 안 그래도

땀이 많은데 이 모습은 아무에게도 못 보여준다.

입술은 빨갛게 붓고 긴서사를 마치듯

시원한 물통을 컵에 말아 넣는다.

입꼬리가 주체를 못 한다.

열기를 물로 재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다시 어색한 웃음으로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가게문을 나선다.

날이 화창하다. 얼굴에 맺힌 땀은 바람이 반겨왔다.

다시 눈을 감는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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