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힘으로 재난을 극복하다
화마가 남부지방을 덮쳤다. 소방헬기가 연신 물을 퍼 나르고 사람들은 줄을 서서 호수의 물을 뿌렸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안동 청송 영덕까지 번져나갔다. 그 길이가 몇십 킬로에 달했다. 불은 바람을 타고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빨리 도망갔다. 불씨가 공중을 날아다니고 도로 건너 나무로 옮겨 붙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옆에 나무들은 불기둥을 만들었다. 마치 재난영화를 보는 거 같았다.
나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이 불이 빨리 잦아들기를.....
일주일 이상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소방관을 비롯한 산불진화 요원들의 노고가 말이 아니었다. 인간의 힘으로 불길을 잡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를 기다렸다. 금요일에 시작된 불은 다음 주 목요일 비 예보가 있었다. 막상 목요일 비가 내리긴 했는데 불을 끌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비의 기세를 꺾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불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금요일 저녁쯤 주불이 잡히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다행이었다. 하지만 산청 산불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럴 때 우리는 지금도 신을 찾는다.
사람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다. 산불이 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할 첫 번째 일이다. 불이 나지 않기 위해서는 불씨를 멀리해야 한다. 부주의로 불씨가 낙엽에 옮겨 붙으면 한시라도 빨리 대처해야 한다. 초등진화에 실패하면 불은 삽시간에 번진다. 불이 번지면 불을 끄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물 용량이 큰 헬기를 비롯해서 우수한 장비가 있어야 하고 훈련된 소방관과 소방요원들이 있어야 한다. 컨트롤 타워에서는 장비와 사람의 효율적인 배치를 위해 기상상황 불의 위치 불에 잘 타는 나무인지 수종까지 분석한다.
불이 잦아들고 있다.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장비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여러 사람들의 기도 덕분이었을까?
며칠 만에 내린 비 덕분이었을까?
불을 잦아들게 했던 요인은 컨트롤 타워를 할 수 있는 각종 데이터와 물을 나르는 헬리콥터 소방차와 소방요원들이다. 기상청은 비가 올 것을 예상했다. 비의 양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조금의 양이더라도 주변의 습도를 높이고 불씨 확산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다.
앉아서 기도하는 사람이 불을 껐다고는 할 수 없다.
모두의 재난을 앞에 두고 모두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우선했다.
실질적인 해결은 각종 장비와 사람들의 과학적인 사고다.
원시인들은 자연현상을 신에게 의지했다. 고대의 이야기에는 진실과 허구가 함께 섞여 있으므로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느 대목이 허구일까 알 수 없다. 원시인들은 진실과 전설, 지식과 미신을 구별하지 못했다. 지식이 미신에서 분리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대부분 강에 기대어 살았다. 강의 변화는 사람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고대 이집트에서 나일강은 인간에게 젖줄과 같았다. 강이 범람하면 강가의 땅은 비옥해졌다. 인간들은 강을 곧 신으로 믿었다.
나일강이 범람은 신의 영역이었다. 대지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농부들은 얼마나 더 있어야 나일강의 물이 많은 황토를 싣고 흘러들어올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만일 신의 노여움이 있어 물을 보내주지 않을지 걱정했다. 사람들은 신관을 통해 그들은 신전에 희생물을 바쳤다.
신관은 날이 새기가 바쁘게 강물로 내려갔다. 물이 불어났는지 보기 위해서다. 밤이면 신전으로 올라가 무릎을 꿇고 별을 바라봤다. 별이 있는 하늘은 달력이었다. 예리한 관찰과 오랜 경험으로 신관은 변화의 조짐을 느낄 수 있었다. 신관은 마침내 선언했다. "신께서 기원을 받아들이셨다. 물이 대지를 축축이 적실 것이다."
사람들은 나일강의 범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강물을 관찰하는 것은 신관이었다. 신관은 매일매일 나일강 수위의 눈금을 쟀다. 나일강이 범람하고 다시 범람까지를 1년으로 계산했다.
인류의 발전은 이야기의 세계에서 지식의 세계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이야기의 세계는 지식의 세계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인간은 미지의 세계를 하나씩 하나씩 알아갔다.
인간은 관찰하고 계산하고 결론을 얻는 일을 배웠다.
고대의 과학은 아직 신와 연관되어 있었다. 인간의 경험은 서서히 신들은 밀어냈다. 도공도 대장장이도 관찰하고 계산하며 마침내 결론을 얻어냈다. 일터는 최초의 실험실이다. 신전은 최초의 천문대였다. 인간은 사물의 본질에 까지 침투해 갔다. 지식의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인간은 신들을 내세의 세계로 밀어냈다.
그 자리에 인간의 노력으로 거둔 과학이 자리했다.
홍수 산불 전쟁 기후변화....
이 시대 재난을 극복하는 데는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학의 힘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 앞에 우리는 신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