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중심 잡기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서울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내가 보아온 50여 년 서울의 변화는 놀라웠다. 나도 말로만 듣던 청계천변 판잣집들과 남산 아래 초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나의 서울에 대한 기억은 부실공사로 마포의 와우아파트가 무너졌다는 뉴스다. 신문 1면에 실린 무너진 아파트의 모습이 생각난다. 1970년대 아파트의 이미지가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서울생활을 처음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학창 시절 통학 버스와 전철은 항상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방에서 살던 사람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었다. 주거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정부의 숙제였다. 강남 허허버판에 아파트가 세워졌다. 이름도 생소한 AID아파트, 그 시절 사람들은 말죽거리라는 곳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가 의심스럽게 바라봤다. 언제부턴가 밭 가운데 대단위 아파트가 지어졌다. 아파트는 강북 한강변에도 지어졌다. 점점 아파트가 서울의 주거공간으로 자리했다.
서울은 땅 속도 조용하지 않았다. 아파트가 세워지는 곳에는 앞뒤를 다투어 지하철 공사도 했다. 도로 한쪽에는 어디든 공사 휀스가 세워져 있었다. 땅 속에서는 지하철 공사가 지상에서는 아파트 공사로 서울은 늘 공사현장이었다. 인구가 느는 만큼 교통량도 많은데 공사로 한쪽 길을 막아놨으니 서울은 항상 교통지옥이었다.
서울의 랜드마크는 산이었다. 조선의 수도 한양은 풍수상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에 해당하는 낙산 인왕산 북악산 남산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내사산으로 불리는 4개의 산에 성을 쌓았는데 이것이 한양도성이다. 서울 도성 안에서 보는 풍광은 어디서든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고층 빌딩이 세워지고 빌딩의 높이가 올라가는 만큼 산의 위상이 낮아졌다. 빌딩이 산을 가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랜드마크는 가까이 있는 빌딩으로 바뀌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강산의 변화속도가 가장 늦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의 모습이 변하는 5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 발전의 속도가 정말 빨랐다. 주력 산업이 반도체 IT분야가 자리하면서 지금도 어떤 나라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요즘은 AI가 산업을 지배할 것이라 뉴스를 지배한다. 지난해 Chat GPT 소식은 지금도 뜨겁다. 변화의 최전선 IT분야에서 일하는 딸아이가 얼마 전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회사로 돌아간 딸은 한동안 놀람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하던 일의 시스템이나 툴이 바뀌어 그것을 따라가느라 고전 중이라 한다.
광화문 앞은 육조거리였다. 육조거리는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 등 조선 정부의 중앙행정기구가 있던 자리다. 이곳에는 사헌부 사간원까지 있어 보통사람들은 접근하기 어려웠던 곳이다. 일제는 광화문 앞에 조선 총독부를 세우고 전차길을 놓았다. 육조거리에는 나무를 심어 옛 자취를 없애고자 했다. 민족의 자존심을 세우듯이 광화문 앞이 복원되었다.
광화문 앞이 연일 데모로 시끄럽다.
누구는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간다고 한다.
누구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한다.
남쪽 바다에서 양식하는 멍게가 붉은색을 잃고 죽어서 올라오는 장면이 뉴스를 장식했다. 수온이 상승해서 바다 생물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날씨가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발전하는 기술, 부의 양극화,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기후변화....
춘천 중도에서 선사유물과 유적이 상당수 발견되었다. 평소 중도에서 발견된 유물과 유적이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뜻있는 몇몇 개인과 단체의 보존에 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물 보존조차 안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인은 물론 국가 간까지도 코 앞의 이해관계로 찢고 빻고 하는 세상, 당장 뭔가 생기는 것이 없는 선사시대 역사문화여서 그런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선사시대는 분명 인간이 지나왔던 길이다. 지구 탄생과 더불어 인류의 선사시대는 지구 역사의 99.8%다. 아주 오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배운 선사시대에 대한 내용은 한 두장에 불과했다. 전곡리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도 부강해지고 역사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춘천의 중도 유적을 보면서 이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우리가 몇 천년 전 과거를 아고자 하는 것은 우주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만큼 상상의 영역이다. 과학의 발달로 상상의 영역은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고개를 돌려 인류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 또한 과학의 힘으로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선사시대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인간이 그동안 어떻게 지구상에 살아남았나 하는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선사시대 살아남은 인간을 돌아보며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성취감이 느껴진다. 선사시대 바라본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한 배를 탔다. 지역의 개발과 문화유산의 보존에 대한 갈등, 타협 없이 극단적으로 싸우는 정치 현실,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현실, 환경 문제 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인간 모두의 문제다.
세상이 혼란해서 갈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인간의 종에 대한 이해부터 인간이 발전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의 흔적이 필요하다. 그들이 남긴 유물과 유적이 잘 보존되어야 한다.
내가 사는 곳에도 선사유적지 하나 있으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몇 달 전부터 브런치스토리에 '선사인에게 배우는 인생의 의미'를 연재하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선사시대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다.
복잡한 세상, 반대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싶었다.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지구에 있는 생명체의 진로가 바뀔 것이다. 그동안 생명은 모두 자연선택 법칙을 따라 진화했다. 이제 인간은 과학을 통해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고 유기체가 아닌 생명을 만들지 모른다.
역사 과정 동안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혁명이 존재했지만 인간 그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사회와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도 유전공학 나노기술 뇌기계 인터페이스에 의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심지어 죽음조차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우리는 죽음이 기술적인 문제라고 재정의하였다. 과학은 모든 기술적 문제에 모종의 기술적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다.
이런 기술적 혁신은 기대하고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위험을 낳을 수도 있다. 이를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실주의자가 되어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이 독자 스스로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또한 이 같은 이해 덕분에 생명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중 "한국의 독자들에게"에서의 일부다.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 서문의 내용의 일부이다.
인류역사의 본질은 변화다.
분명 인간은 발전한다.
인간이 가는 방향은 인간의 생각에 달려 있다.
어떤 방향으로 변하냐가 중요하다.
인간의 역사 공부가 재밌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나?
원시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