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과 함께 교환되는
언어 그리고 세계관

부족사회

by 풀솜

역법이란 천체의 주기적 현상을 기준으로 하여 세시(歲時)를 정하는 방법이다. 때의 역법과 일의 역법은 다르다. 때의 역법은 1년 2년.... 100년 200년 또는 몇 전년 하는 식으로 시간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지금 시간의 역법에 익숙하다. 1000년 전 2000년 전.... 이렇게 시간으로 가름한다. 하지만 고대인들은 이러한 시간의 개념으로 살지 않았다.


인간의 발전단계를 알려면 일의 역법으로 따져야 한다.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발전 단계를 알기 위해서는 일의 역법으로 따져야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구분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다. 이것은 시간의 구분이 아니라 일의 구분에 따른 것이다. 시간의 역법으로 세기, 해, 월, 일, 시와 같이 좀 더 작은 시간의 척도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의 역법에 있어서 같은 석기시대라 할지라도 타제석기시대 마체석기시대 등 좀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다.


일의 역법과 시간의 역법은 일치하지 않는다. 인간의 일은 어느 곳에서나 모두 똑같은 속도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만여 년 전 이미 능숙하게 돌을 다루고,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쳐 화려한 문명국가로 발전하였다. 반면에 발전의 큰 물결에서 멀리 떨어져 지금도 석기시대 일의 방법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석기에서 청동기로, 청동기에서 철기로 인류가 발전을 거듭하였던 이면에는 이러한 도구로 물건을 만들고, 만든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하고, 더욱 유익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생각을 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인류의 발전을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정확한 명제가 있다. 사람은 혼자 살지 않았다. 한 사람보다 두 사람, 두 사람보다 세 사람, 씨족사회에서 부족사회로, 부족사회에서 부족국가로 집단의 크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다시 말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발전 속도가 빠르다. 이것은 사람이 많은 곳에 정보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정보를 나누기 위해서다. 카페에 몇 명씩 모여 차를 마시는 것은 뭔가 먹는다는 행위보다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야기가 어떤 내용이든 이야기 속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인간이 이야기하는 행위는 정보의 교환이다. 정보의 교환은 생각의 교환이다. 사람들은 만나서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를 계속해 왔다.


부족사회에서 만남은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 이루어졌다. 이쪽 부족에서 잡은 사슴과 저쪽 부족에서 직접 농사지은 아마를 교환하고 멀리 있는 또 다른 부족은 더 편리하게 고라니 잡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카누우를 타고 이부락에서 저 부락으로 강을 건너갔다. 어떤 종족에게는 부싯돌이 많았고 어떤 종족에게는 물고기가 많이 잡혔다. 사람들은 물건을 바꾸려고 찾아온 사람들을 맞아들였다. 물건을 교환하면서 경험이나 새로운 작업 방법이 이 종족에서 저 종족으로 전해졌다. 이럴 때 말이 필요했다. 입으로 하는 말은 서로 달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몸짓말로 의사소통하였다. 하지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진귀한 물건뿐 아니라 상대 종족의 말도 익히게 되었다.




일의 역법이 바뀌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세계관도 함께 변했다.

사람들 신앙의 대상이 바뀌었다.


사냥을 하던 시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몸집이 큰 동물을 잡는 것이었다. 그러나 곰이나 들소같이 몸집이 큰 동물을 잡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버거운 일이다. 인간은 커다란 동물을 잡기에는 너무 연약했다. 많은 사람이 협심해서 도구를 사용해서 사냥에 성공하면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큰 동물을 사냥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뛰어다녔다. 경험이 많은 나이 든 사람이 큰 소리로 사람들은 지휘했다. 처음에는 다른 동물처럼 괴성을 질렀지만 소리는 점점 말의 형태를 갖추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먹는 사람끼리는 같은 말을 사용했다.



사람들은 동물을 사냥하지만 반면에 신성시하였다. 자신들의 먹이를 위해 동물을 죽이는 일 이 한편으로는 마음의 부담이었다. 언젠가 동물들이 나타나 자신들을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들은 들소나 곰이 자신들을 위해 죽어 주었다고 믿게 되었다. 자신들의 조상이 동물이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그들은 곰이나 들소에게 자신들을 위해 고기를 주도록 주도록 빌었다. 이것이 토테미즘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먹을 것을 준 동물의 탈을 쓰고 그들을 위로했다. 문명사회에서 떨어진 부족들은 지금도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일의 역법이 바뀌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 농사가 시작된 것은 밭농사였다. 아직은 씨족사회다. 씨족사회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자들이 많은 결정권을 가졌다. 가부장적 남자 중심의 사회가 된 시기는 부족사회 이후의 일이다. 부족사회가 시작된 것은 벼농사와 관련이 깊다. 쌀은 재배하기 매우 어려운 작물이다. 땅을 깊이 파야하고 물을 끌어다 대야 하고 기후와 재배시기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여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하기에는 힘든 일이다. 이때 사냥으로 단련된 근육 있는 남자들의 힘이 필요했다. 이후 자연히 농사일이나 전쟁 같은 일은 남자가 하고 여자는 아이를 키우는 일 등 집안일을 하게 되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남녀가 서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맡은 것이다. 벼농사는 매우 효율이 높은 작물이다.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수확물을 얻을 수 있는 농산물이다. 생산의 효율이 높아졌고 인구가 급속히 늘었다. 생산력이 늘어나면서 잉여생산물이 생겼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나뉘고 계급도 생겼다. 남성의 사회적인 지위가 점차 높아졌고 가부장적인 가족제도가 나타나게 되었다.


농업사회로 변하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농토가 필요했다. 농토는 씨를 뿌리 수 있을 만큼 땅이 부드러워야 한다. 숲에는 나무가 가득했다. 숲의 나무를 자르고 씨를 뿌릴 수 있을 정도까지 땅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인간은 힘든 노동을 이겨내야만 했다. 힘들게 씨를 뿌린다 해도 싹이 나서 그들이 원하는 열매를 얻기 끼지는 햇볕과 비와 같은 자연의 힘이 필요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기다렸다. 어느 신은 빛과 어둠을 베풀어 주고 어떤 신은 비와 가뭄을 내려 준다고 믿으며 기다리는 동안 태양이나 비의 신과 같은 자연에 빌었다.


이렇게 인간은 자연을 숭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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