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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Aug 17. 2022

세대갈등에 대한 착각

배려가 먼저입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최근 경제, 정치, 사회 관련 모든 기사에서 이 용어가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는 90년대 생들을 변종이라며 그들의 당돌함에 당황하며 세대 차이를 실감하고 있기도 하죠. 전 사실 80년대 중반에 태어나서 MZ세대에는 포함되지만 90년대 생과는 조금 다릅니다. 특히 빨리 결혼하고 빨리 취업했으니 그들과 삶의 경험이 더 다르겠죠. 하지만 제가 만난 90년대 생들의 고민은 제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목표는 퇴사


기업에서 신입사원의 연령대는 대게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중반입니다. 그럼에도 신입이라는 이유로 아주 낮은 수준의 업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낮은 수준의 일을 신입이 해야 하는 당연한 것, 나 때는 더한 일도 했지만 요즘은 쉬워진 일 정도로 몰아갑니다. 일에 있어 동기부여는 되지 않고, 안 해도 되는 일을 억지로 떠맡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이 게 내가 원한 삶이었나, 나의 역량과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조직에 쉽게 실망하게 되죠. 그리고 경력개발의 최종 목표를 퇴사로 맞추게 됩니다. 재미없는 일, 흥미 없는 일을 하다 보니 열정이 생길 리 없고, 자주 실수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또 선배들은 의욕 없는 후배, 요즘 애들의 열정 부족으로 폄하합니다. 그리고 그만두면 곧 그만둘 친구였다며 조직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죠. 오히려 신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를 부여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업무인데 사수마저 없다면 회사는 지옥이 됩니다. 일의 실수가 발생해도 그 이유를 모르고, 처음에는 무지한 자신을 탓하다 나중에는 조직을 탓하게 됩니다. 결국 이 경우에도 경력개발의 최종 목표는 퇴사가 됩니다. 퇴사를 결심한 직원들에게 성장, 몰입은 허울 좋은 소리일 뿐인 거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노노!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저는 나이가 아닌 자신이 처한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자기가 처한 환경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잘 통제합니다. 일곱 살인 제 딸 역시 제가 화상회의 중일 때 저에게 가까이 와서 입모양으로 TV 봐도 되냐고 속삭입니다. 제가 거절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을 잘 아는 거겠죠. 제가 화나 보일 때는 가까이 오지도 않아요. 


저희 신랑은 83년생, 공기업 10년 차 과장입니다. 후배 기수가 열 기수가 넘는 중간관리자죠. 저 역시 퇴사하지 않았다면 10년 차 과장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늘 부서에서 막내였어요. 퇴사하기 직전 처음으로 후배가 생겼는데 같이 근무한 기간은 1년이 안됩니다. 퇴사 후 입사한 회사에서도 늘 뉴비(newbie)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랑과 대화할 때보다 동기 노무사와 대화하는 게 더 잘 통할 때가 많아요. 회사 10년 차 과장일 때 저희 행동은 지금과 정말 많이 다를 것입니다.



세대갈등은 당연하지만 세대 혐오는 당연하지 않다


세대 간의 갈등은 Z세대가 조직에 등장한 오늘날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세대 갈등은 사회가 좀 더 예민해질수록 발생하는 문제이며,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없다면 조직은 절대 바뀌지 않으니까요. 물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퇴사해버리는 직원이 많다면 역시나 조직은 바뀌지 않습니다. 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 정말 좋아하는 후배가 퇴사할 때 눈물을 흘렸습니다. 계속 후배들이 퇴사하니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의 목표 역시 퇴사가 되었죠. 세대 간 소통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것? 저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주장만 반복하다 서로를 더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죠. 최근 조직에는 세대갈등보다는 세대 혐오가 팽배합니다. 자기주장이 확실한 저연차에게는 MZ세대라며 비아냥대며, 회사에서 지켜야 할 올바른 규범을 전해주는 선배는 꼰대가 되기 십상이죠. 90년대생은 MZ세대라는 용어를 80년생이 자기도 끼고 싶어서 만든 용어라며 80년대생을 비하하기도 합니다.  

     

“선배들 중에 일을 하지 않는 분이 너무 많아요. 그 선배가 제 미래가 되는 게 정말 싫어요.”     


철없게 저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있습니다. 진짜 당돌하고 어리석었죠. 선배들은 후배의 고민에 크게 관심 없지만, 자신에 대한 비난은 참지 못하거든요.(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난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 선배는 저를 타일러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후배들은 지식으로 일하지만, 선배들은 경험으로 일하니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야.”     


선배들이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후배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선배들 역시 후배들의 지식수준을 알지 못하죠. 선배의 말처럼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MZ세대는 특별하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조언해주는 선배가 모두 꼰대는 아니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서로를 동료로서 대우한다면, 그래도 변화의 기회는 존재합니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누구를 통해 배우는 시절은 지났어요. 스스로 역할과 책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때 회사생활이 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MZ세대 연구보다는 개인에 대한 배려가 우선


석사 논문을 준비하며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 논문이 많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MZ세대는 특별히 규정할 수 있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는 것일까요? 제가 아는 MZ세대는 상사의 부당한 대우를 참아내고 매일 야근을 감수하는 사람도 있고, 정규직에 얽매이지 않고 계약직으로 일하며 다양한 지역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어요. MZ세대는 자기 자신의 성장을 중시하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당장의 행복을 원한다고 하네요. 모든 MZ가 그렇다고 우리 회사의 MZ세대가 그럴까요? 우리 회사의 직원에 대한 이해가 먼저입니다. "잘했다"는 한마디 말로 회사에 남는 직원도 있지만 엄청난 연봉 인상에도 회사를 떠나는 직원도 있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우리 회사에 입사했고 우리 회사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고 싶은지, 일과 성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문화에서는 세대 갈등이 세대 혐오로 번지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고 워라밸 외에는 관심도 없어 보이는 직원이 있다면? 이것은 MZ세대 문제가 아니라 채용 실패입니다. 잘 뽑은 직원을 유지하는 것은 보상, 조직문화, 경력개발경로 등이겠지만 우선적으로 입사한 직원에 대한 배려가 먼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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