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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Aug 22. 2022

일잘러가 되는 법

“노무사님은 정말 오래 같이 일한 것 같아요.”     


자랑할 만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늘 비슷한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제가 조직 분위기에 잘 적응했다는 인사치레일 수도 있지만, 제가 전임자의 공백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잘하고 있다는 칭찬으로 들려 기분이 좋아요.

     


아이스크림 콘 실패하지 않기     


저는 20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부모님께서 용돈은 스스로 벌어 쓰기를 원하시기도 했고 제가 사고 싶은 것을 사려면 돈이 필요했으니까요. 20살 처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주말 알바를 했는데 당시 시급은 3100원이었습니다. 한 달 월급으로 버는 돈은 약 14~16만 원 사이. 운동화 하나 사면 없어지는 돈이었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죠. 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과일 맛은 쉽게 녹아 콘에 올리는 게 어려웠고, 초코가 들어있는 맛은 너무 얼어서 콘에 올리다가 콘을 부러뜨린 적도 여러 번이었죠. 한 달은 실수 연발이었습니다. 재고 조사 때 부서진 콘을 기록할 때마다 나의 실수 건수를 기록하는 것 같아 속이 상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은 당연히 온도 때문입니다. 혼자 가게에 있을 때 아이스크림 온도를 낮추어 과일 맛을 몰아넣어두고 초코가 들어간 맛들은 다른 아이스크림들보다 일찍 상온에 두어 조금 녹이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꽁꽁 얼은 과일 맛 아이스크림은 샤베트가 되어 콘에 예쁘게 올려졌고, 초코 맛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쓱쓱 잘 퍼졌습니다. 이전에는 손님이 계산을 할 때마다 “제발 컵 제발 컵” 속으로 외치기도 했지만,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후에는 콘이든 컵이든 척척 주문을 빼는 일 잘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되었죠. 나름 재미있었지만 14만 원을 버느니 그만큼 아끼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학기가 시작된 후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어요. 그런데 점장님께서 겨울방학에 다시 저를 불러주셨죠. 제 노하우가 나름 쓸모가 있었나 봅니다.     



내 일에 대한 불편함은 스스로 해결하기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을 듣지는 못했겠지만 종종 회사에서 일잘러라고 불리기도 했어요. 일잘러라는 이야기를 듣는 방법은 정말 단순합니다. HR을 담당하는 제가 퇴사 직원을 붙잡은 것도 아니었고, 회사 성과에 기여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바로 나의 불편함을 남이 해결해주길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아이스크림 콘을 여러 번 실패하고 내 적성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아이스크림 콘을 잘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당시 저는 일의 양이 많지 않았는데 일이 많았던 선배가 예산이 있음에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회사 직원분 들은 저에게 왜 제도를 실행하지 않느냐고 여러 번 물으셨는데 저는 그 질문이 늘 불편했습니다. 누가 시킨 적도 없지만  제가 시작해버렸죠. 당연히 기다렸던 직원들은 저를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불러주었습니다. 

     

1년마다 하는 창립기념일 행사에서는 장기 근속자를 포상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장기 근속자를 포상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었지만 문제는 장기근속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죠. 늘 가장 싼 상패를 알아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7만 원이었던 상패를 5만 원으로 줄이고 5만 원이었던 상패를 3만 5천 원까지 줄였는데도 예산은 더 줄여야 했어요. 결국 상패는 상장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 해 100장이 넘게 상장을 출력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장을 만드는 것도 괴롭지만 이 상장을 받은 직원들의 불평을 듣는 것은 더 불편했죠. 다시는 상장을 만들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열심히 검색하고 검색해서 캐리커쳐 상패를 17,000원에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냈습니다. 사람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받아가고 포토샵으로 크기를 조정하며 상장만큼 귀찮았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캐리커쳐 상패 덕분에 회사에서 처음 포상을 받게 되었죠.

      


일잘러가 되는 방법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일한다고 하네요. 정말 공감되는 말입니다. 회사는 일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회사에 있는 일잘러들은 무엇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빨리 승진하고 높은 급여를 받는 것보다 당장의 내 업무의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는 사람이 일잘러라고 생각해요. 물론 불편함을 참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은 성실한 사람이지만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회사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상장 100장을 출력하며 성실하게 일했어도 제 후임자는 상장 200장을 출력하는 사람이 되어갈지도 모릅니다. 일잘러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겠죠. 하지만 업무에 관한 불편함을 참지 않고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물론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수 없는 성공은 없죠. 


규모가 있는 일을 혼자 하게 될 때 중압감은 매우 큽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편인데요. 대충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싫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작년에 컨설팅을 진행했던 회사에서 다른 컨설팅도 가능하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실 그 컨설팅 내용보다는 다시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진심으로 일을 대할 때 보람은 따라오는 것 같아요. 일잘러가 되는 방법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불편함을 참지 말고 진심으로 일을 대해 보세요. 어느새 주변에서 당신을 일잘러라고 부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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