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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무사 Aug 15. 2022

직장이 아닌 직업

우리가 일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9년을 근무한 회사를 떠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아무렇지 않게 저와 이별했지만 저는 괜한 후회와 아쉬움 서운함 등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죠. 마지막엔 퇴사가 정말 옳은 선택일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퇴사할 수밖에 없었죠.


“저는 직장이 있지만, 00씨는 직업을 얻었잖아요.”


퇴사 직전 한 선배가 해준 이야기였습니다. 공인노무사라는 직업을 얻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셨고 직장을 떠나며 복잡한 마음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셨어요. 그 말에 힘을 얻어 저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으로 자주 회사를 옮기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고민


직장인일 때 가장 큰 고민은 “언제까지 이 회사에서 버텨야 할까.”였습니다. 떠나보니 좋은 회사였지만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갑갑함, 지원부서에서 느끼는 무력감, 롤모델을 찾을 수 없는 막연함이 저를 늘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버티려고 힘을 내보았지만 큰 힘을 내었을 때 더 큰 실망을 경험하기도 했죠. 그때 자기계발서를 정말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책 속에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노무사 수험생활을 지속했습니다. 공인노무사가 되어 노무법인에 입사했습니다. 사실 노무법인 역시 회사이며 철저히 회사의 이익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노무법인 역시 공인노무사가 입사할 수 있는 하나의 직장일 뿐입니다. 오히려 일반 사기업보다 좀 더 이익 착취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신입 노무사들은 연봉에 비해 많은 일을 하고 책임도 온전히 져야 하는 경우도 많고, 수익 배분 역시 현실적이지 않으니까요. 물론 좋은 노무법인도 있겠지만, 저는 경험해보지 못했네요. 힘들게 직업을 얻었지만 기업의 조직체계와 복리후생을 경험한 저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잃은 상실감은 아직도 큽니다.



직장보다는 직업


그럼에도 직장이 아닌 직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을 잃은 상실감보다 직장에 속해있으면서 느끼는 무력감이 저를 더 괴롭게 했거든요. 공인노무사라는 직업을 얻고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제 의견에 법적 근거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회사에서 근무할 때도 법령, 판례를 찾아보고 리스크를 대비했지만 늘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솔직히 혼자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어요. 팀장님 부장님 실장님 상무님 대표이사의 결재를 기다리는 답답함을 참지 않아도 되는 점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익 착취적인 회사에서 큰 고민 없이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된 점도 좋습니다. 제가 이 회사를 떠나도 제 직업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변화는 빠릅니다. 회사가 직장인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 시절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정말 많이 다르거든요. 우선 두통과 과민성 장염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배가 아파서 회사에 가지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물질적으로 부족하지만 다른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제가 좋아요.



직업가치

아이가 유치원에서 직업에 대해 배운  혼자 유치원 놀이를 하면서 직업에 대해 써놓았더라구요. 맞춤법은  틀렸지만 아이의 끼적이기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보게  주었습니다. 우리가 직업을 가지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겠죠. 직업을 통해 일을 하게 되고,  일의 결과가 사람을 도와주고 조직에 기여하게 됩니다.

꼭 직장인이 아니어도 우리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점점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는 늘어날 테니까요. 우리는 늘 퇴사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직장은 무의미하니까 퇴근 후 자기계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내 일에 집중하기'겠죠. 제가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9년의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인사노무 자문을 할 수 있고, 인사팀에서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에 HR 컨설팅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HR을 계속하고 싶었고 그 길을 위해서 공인노무사 자격시험을 시작했거든요.


저는 차별성 있는 공인노무사가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 그 방법은 아직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경험 속에 답이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막연함은 직장에서 느꼈던 막연한 답답함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잠재력을 믿고 지속하며 직장이 아닌 직업을 만들어갈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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